인권단체, 가족이 보낸 편지 공개…유엔에 개입 요청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가 수감된 한 내부고발자가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인권단체 페어스퀘어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카타르최고위원회의 전 미디어 담당 압둘라 이브하이스의 가족이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브하이스 가족은 편지에서 그가 지난달 방송된 영국 민영방송 ITV 다큐멘터리 '카타르: 공포의 상태?' 제작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뒤 나흘간 완전히 어두운 독방에서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2m×1m 크기의 독방에는 욕실처럼 바닥에 구멍이 있었고, 에어컨은 항상 최대로 틀어 고문 기기나 다름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브하이스는 가족들에게 "이미 간수들에게 맞아 곳곳에 멍이 든 상태에서 찬 바람을 계속 맞아야 했다"며 "나흘 내내 떨면서 거의 잠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이브하이스는 자신이 도하에서 월드컵 노동자 4천∼6천 명의 파업을 대회 준비 기구인 카타르최고위원회가 숨기려 한 것을 문제 삼았다가 수감됐다고 말했다.
당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과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0명의 노동자가 마실 물도 없이 4개월간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한 것을 알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면 카타르 당국은 2019년 자리에서 물러난 이브하이스가 소셜미디어와 월드컵 콘텐츠 관련 계약 과정에서 사기 혐의로 수감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페어스퀘어는 이브하이스가 자백을 강요당했고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유엔 인권위원회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페어스퀘어의 니콜라스 맥기한은 이브하이스가 체포되기 전 국제축구연맹(FIFA)을 직접 접촉했으나 무위에 그쳤다고 소개했다.
그의 가족들도 편지에서 이브하이스의 사건을 무시하는 FIFA의 '냉담한 무관심'을 비판했다.
FIFA와 카타르최고위원회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해당 편지와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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