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가스 대가로 정치적 상황 동의 안해"…중앙아서 러 영향력 약화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서방 제재에 맞서 가스 수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러시아가 제안한 '3자 가스연맹' 결성에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주라벡 미르자마흐무도프 우즈베키스탄 에너지장관은 이날 미디어를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자국을 포함한 러시아의 가스연맹 결성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러시아와 가스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이것은 연맹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나 이것은 연맹(결성)이 아닌 기술 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우리가 다른 국가로부터 가스를 수입한다면 상업·판매 계약에 기반해서만 협력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절대 가스를 대가로 정치적 상황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또한 러시아에 가스 공급을 의지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가스연맹 결성은 정부 차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카자흐스탄은 특히 서방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가스연맹을 결성하면 자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지난달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이 참여하는 가스연맹 창설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주요 고객이던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자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중동 등으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현지 전문가들은 가스연맹 결성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구축되면 자국산 가스를 인도와 파키스탄에 수출하고,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사태 장기화 여파로 옛 소련권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한 점은 가스연맹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로이터통신은 우즈베키스탄의 이날 반응을 두고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들에 자국의 뜻을 강요하는 것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자체 가스 생산량 감소로 최근 자국 내 가스 소비 증가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지난 며칠 동안 이어진 한파로 소비가 급증해 가스가 부족해지자 하루 600만㎥에 이르는 중국으로의 가스 수출을 중단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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