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코로나 접은 시진핑, 방역·경제 본격 시험대

입력 2022-12-08 11:49   수정 2022-12-08 11:56

제로코로나 접은 시진핑, 방역·경제 본격 시험대
'봉쇄·이동제한·전수 PCR' 없이 방역·경제 병행 '난제'
'의료붕괴' 방지 급선무…행동으로 '변화' 맛본 민심에도 대응해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10월 당 대회(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화려한 3연임 대관식으로 만들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에 들어서자마자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섰다.
중국 국무원이 경증 감염자 자가격리와 상시적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 중지 등을 담아 7일 발표한 10가지 방역 최적화 조치는 중국이 지난 3년간 이어온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출구 전략 가동 선언이라는 것이 중평이다.
지난달 10일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20개 항의 방역 최적화 조치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반적인 방침은 유지된다고 밝혔으나 7일 중국 국무원 발표문 등 방역과 관련한 정부 발표에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는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지난 3년간 자랑해온 고강도 방역 정책의 간판이 슬그머니 내려진 모습이다.
여기에는 우선 지난달 말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일명 백지시위)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의식한 측면이 있었다. 시 주석도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회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간 지속되면서 "중국인들이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EU 측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당 대회를 계기로 기층에서 자신에 대한 '인민영수' 칭호를 보급한 터에,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온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힘으로 억누르는 것은 역풍이 클 것임을 의식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백지 시위가 제로 코로나 출구전략 가동의 시기를 앞당긴 면은 있지만, 그것만이 방역정책 대전환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고려한 동시에 봉쇄 중심의 고강도 방역이 주는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기 어려워진 환경이 결정적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대목에서 6일의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시사점을 준다.
회의 보도문에 따르면 중앙정치국은 '안정을 우선으로 하되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은 '온자당두, 온중구진(穩字當頭, 穩中求進)'의 경제 정책 기조를 내년에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국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계속 시행하고 각종 정책의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며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조치를 최적화해 고품질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하는 힘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재정 및 통화정책과 함께 방역 완화를 거론한 것이다.
올해 당초 목표로 공식 제시한 5.5% 성장이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년 경제의 운용 방향을 '개혁'이나 '분배'가 아닌 '안정 성장'으로 설정한 이상, 봉쇄 중심의 방역 정책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 주석은 봉쇄와 차단, 전수 PCR 검사 없이 코로나19 방역을 해내며 경제도 안정화해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선 형국이다.
중국이 백신 접종률 90%가 넘는다지만 임상에서 드러난 중국 백신의 예방 효과가 서방 백신에 비해 떨어지고, 고령층 접종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중증환자 치료시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제로 코로나 출구전략을 가동한 만큼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무엇보다 앞으로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증환자 치료 시설을 확보하는 동시에, 의료기관의 다른 진료가 정상적으로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의료붕괴'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변화를 맛본 중국 대중들의 '의식 변화'도 시 주석 지도부에 상시적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백지 시위의 향배를 떠나, 앞으로 각종 사회 현안에서 중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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