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우디, 친중 외교 강화…미국과는 안보협력 지속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사우디와 미국 간 '일부일처 시대' 종식은 물론 중동과 중국 관계가 미국의 반대에도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지속해 발전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미국 CNN 방송과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여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였던 냉담한 태도와 확연히 대비되는 최고 수준의 화려한 외교 무대로 시 주석을 환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에 암묵적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 메시지는 미국이 걸프 아랍 동맹국들에 중국의 상업적 당근을 거부하고 계속 요청하더라도 이 지역과 중국과의 관계는 무역뿐 아니라 안보에서도 지속해서 발전할 것이라는 게 될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분석가 압둘할리크 압둘라는 "첫 번째 메시지는 새로운 사우디라는 것, 새로운 걸프라는 것, 새로운 현실이라는 것"이라며 "새로운 현실은 중국이 부상하고 아시아가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이 좋든 싫든 중국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아랍 외교관은 CNN에 중국과 사우디의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빈살만 왕세자에게는 커다란 외교적 승리이고 중국에는 미국의 옛 뒷마당에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의 사우디 방문은 수십 년간 지속돼온 사우디와 미국의 '일부일처 시대' 종식을 의미한다며 사우디는 냉전 2.0시대를 맞아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 개선을 미국이 사우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기 위한 일시적 전술로 보거나 빈살만 왕세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적대감이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배경엔 더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십 년간 양국 동맹을 지탱해준 '사우디 석유가 필요한 미국과 미국의 안보 보장이 필요한 사우디'라는 관계가 수많은 사건과 환경 변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관계 악화를 초래한 사건으로 9·11 테러에 관한 양국 갈등, 시아파 정권을 초래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왕정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온 '아랍의 봄'에 대한 미국의 대응,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의 핵협정,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을 들었다.
하지만 그 사이 사우디와 중국 관계는 지속해서 발전해왔고 중동에 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이를 보완하고 힘의 균형을 맞출 새로운 강대국이 필요한 사우디 입장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계속 커져 왔다.
빈살만 왕세자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에 맞서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고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실질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인권 문제를 포함한 국내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밀러 선임연구원은 진단했다.
시 주석과 빈살만 왕세자는 모두 권위주의 클럽의 진정한 회원으로서 개혁과 민주화, 인권 증진을 요구하는 외부 압력에 맞서 서로 연합할 수 있는 공동의 유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밀러 연구원은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안보와 정보 협력에서 사우디의 핵심 파트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사우디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고 자신감이 넘치며 거만하기까지 한 빈살만 왕세자가 통치한다는 것이라며 그가 자기 방식대로 한다면 사우디에는 미국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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