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왕자, 왕실은 마클 향한 인종차별 이해 못 해 주장(종합)

입력 2022-12-08 23:49  

영국 해리왕자, 왕실은 마클 향한 인종차별 이해 못 해 주장(종합)
넷플릭스 다큐 '폭탄발언'은 없어…"아내는 어머니 다이애나 같다"
왕세자빈 첫 만남 등 왕실 적응 어려움 토로…왕실은 무반응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해리 왕자는 왕실이 자신의 부인인 메건 마클을 향한 인종차별 공격에 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는 8일(현지시간)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해리 & 메건'에서 마클을 보호해달라고 했지만 왕실에선 다들 통과의례처럼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겪었는데 왜 마클만 다르게 대우해야 하냐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흑인 갱스터랩에서 따온 제목의 마클 관련 기사를 보고 자신들이 분개했으나 왕실에선 아무 대응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일부 구성원은 '내 아내도 거쳤는데 왜 마클만 특별 대우해서 보호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며 "나는 인종적 요인이 다르다고 했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이를 두고 해리 왕자가 형인 윌리엄 왕세자를 언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큐에서 마클이 왕실 크리스마스 오찬 행사에 참석했을 때 한 방계 왕족이 흑인 노예 얼굴 브로치를 달고 온 일이 언급된 뒤 해리 왕자는 "왕실에 엄청난 수준의 무의식적 편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6년 결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배경에는 인종차별이 있다면서 마클이 약혼할 당시 영국의 전반적 분위기가 흑인인 마클을 향해 적대적이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해리 왕자는 "내 아이들이 혼혈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다큐멘터리는 전체 6부작 중 전반 3편이다.
찰스 3세 국왕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 부부는 2020년 왕실과 결별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했으며 아들 아치(3)와 딸 릴리벳(1) 두 자녀를 뒀다.
이들은 지난해에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왕실을 떠난 뒤 첫 인터뷰를 하고 아들이 태어나기 전 피부색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면서 왕실 내 인종차별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 언론들은 다큐멘터리 내용을 지상 중계하듯 상세히 전하면서 찰스 3세나 윌리엄 왕세자를 향한 직접적 폭탄 발언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왕실은 아무 반응을 내지 않고 있으며 왕실 일가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은 다큐멘터리 방영 전에 입장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관한 여론을 의식한 듯, 모든 인터뷰가 여왕 서거 전인 8월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다큐에는 해리 왕자 부부가 언론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마클은 해리 왕자와 교제 사실이 드러난 순간부터 파파라치가 따라붙었다면서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잘했어도 그들은 나를 망가뜨릴 방법을 계속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부인 마클과 1997년 파파라치에 쫓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머니 다이애나 빈을 동일선상에 올렸다.
그는 "마클은 어머니와 정말 비슷하다"며 "동정심, 공감, 자신감이 같고 어머니에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언론 내의 착취와 뇌물에 관해 밝히는 게 내 임무"라며 가족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클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희생시켰으며 마클 또한 자유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애사와 미국 배우 출신인 메건 마클이 왕실 격식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털어놨다.
이들은 마클이 처음 만난 왕실 가족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었는데 마클은 할머니를 만날 때도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윌리엄 왕세자 부부를 처음 만난 날 찢어진 청바지에 맨발 차림이던 마클이 미들턴 왕세자빈을 껴안았던 일을 꺼내며 "나는 잘 껴안는 사람인데 이것이 많은 영국인의 신경에 거슬리는 일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 첫 데이트를 한 과정과 켄싱턴궁으로 보이는 곳의 정원에서 전자 촛불을 켜고 한 프러포즈 등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해리 왕자는 "왕실 남성들에겐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 틀에 맞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는 유혹이나 욕망이 있을 수 있다"며 "나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따랐다"고 말했다.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넷플릭스에서 예고편을 공개한 뒤부터 해리 왕자 부부에 관해 부정적 보도를 쏟아내며 이들이 가족을 공격하면서 왕실 지위를 이용해서 떼돈을 벌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BBC는 이들 부부가 최대 1억달러(약 1천300억원)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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