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담합과 달라…경쟁법으로 개입할 문제인지 찬반양론"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화물연대가 지난 9일 파업을 종료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
경쟁법 학계 안팎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을 시장 경쟁 제한 행위로 제재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 운송 방해 등 조사 계속…사업자 여부 쟁점
1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과 올해 화물연대의 파업 과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향후 파업이 종료될 시에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세 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 시도는 화물연대가 수용을 거부해 불발됐지만, 자료 제출 및 출석 요청을 통해 소속 사업자에 운송 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운송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조사 방해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지 위원회 심의로 결정하기 위해 심사보고서도 작성한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소속 회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사업자끼리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도 안 된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을 사업자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인데, 공정위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 대부분이 사업자 등록을 했고, 본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영업하는 점 등에 미뤄볼 때 사업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형태와 무관하게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연합체'를 사업자단체로 본다.
사업자·사업자단체라도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면제 조항이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화물연대가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고 단체행동과 관련한 노동법 절차도 지키지 않아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공정위는 오는 21일 전원회의를 열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가 건설사에 비노조원과의 계약을 해지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심의할 예정인데, 심의 결과가 화물연대의 사업자단체 여부를 가르는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의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제재한다는 점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 학계서도 공정위 조사에 비판 목소리…"고전적인 담합과 달라"
화물연대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적정한지를 두고는 경쟁법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쟁법 분야에서 저명한 A 교수는 "사업자이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영업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나 조직에 의존하는 직군이 있다"며 "회색지대에도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전적으로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수하게 시장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시장의 법을 적용하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도 화물차주 같은 자영업자나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문제가 됐는데 시장법 적용을 면제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아왔다"고 덧붙였다.
B 교수는 "대법원 판례는 공정거래법에 관해서는 특고를 사업자로 계속 인정해왔고 정부 내 분위기도 있어 조사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 같지만, 시장 경쟁 저해 행위를 제재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좀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썩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서로 경쟁하는 사업자들 사이에 경쟁을 없애는 행위인데, 화물연대 차주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정해진 비슷한 운임을 받고 운송하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전적인 담합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시장 가격을 올리기보다 근로자의 기본권을 보장받으려는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분들이 상당수 있고 대법원도 최근 특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C 교수는 "개념상 사업자의 범위가 넓고, 화물차주들이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기 때문에 사업자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법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원래 경쟁법이 다루려고 했던 문제이냐, 경쟁법으로 이런 사안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냐에 대해서는 충분히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한의사협회에 사업자단체 규정을 적용했을 때도 가격 인상을 위해서가 아닌 의료 제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집단휴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통의 경쟁 제한 행위와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고의 노동자적 성격에 초점을 뒀던 공정위가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입장을 180도 바꾼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는 2019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특고는 노동자와 유사하나 자영업자적 특성으로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 2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화물연대의)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되면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저희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고, 이와 유사한 건설노조 건에서도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조사 중인 사건에 관해서는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데 이례적으로 이런 'NCND 원칙'을 깼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당시 조사 자체보다 조사 방해에 관해 브리핑하는 것이며, 조사 방해 행위가 전례 없이 심각하게 이뤄지는 데 대한 경각심 차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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