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기고문 "1년내 코로나 백신 개발은 전례 없는 위업"
"코로나 대응, 허위정보와 정치이념에 의해 악영향 받기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지난 3년간 미국의 방역을 이끌고 이달 퇴임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전대미문의 코로나19에 대응하며 얻은 경험을 통해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퇴임을 맞아 1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기고문에서 "역사상 여러 새로운 전염병이 인류에 도전장을 던졌기에 이번 팬데믹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으나, 일부 질병은 문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대를 나와 1968년부터 NIAID에서 일해 온 그는 이달로 54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코로나19는 1918년 독감 대전염 이후 가장 파괴적인 호흡기 질환 팬데믹이었다"면서 "이에 맞서 불과 1년 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해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낸 건 전례 없는 위업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일부 보건 대응에 실패하는 고통스러운 교훈 역시 있었다고 파우치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사회의 깊은 정치적 분열로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방해받아왔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 접종과 관련한 결정이 허위정보와 정치이념에 의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악영향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코로나19 팬데믹 대처법을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트럼프에 의해 경질될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용 가능한 최상의 자료에 기반해 보건 정책이 펼쳐지게 하는 것이 우리 공동의 책임"이라면서 "과학자와 보건 근로자들이 언론과 뉴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50여년간 몸담은 직장을 떠나는 그는 "'마치 엊그제였던 것 같다'는 진부한 표현을 쓰는 데 주저하게 되지만, 50년이 훌쩍 지나 NIAID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꼭 그러하다"고 말했다.
올해 81세인 파우치 소장은 1984년부터 38년간 NIAID 소장을 역임하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부터 모두 7명의 대통령을 겪으면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 그동안 미국 정부가 숱하게 벌여온 '전염병과의 전쟁'의 선봉에 섰다.
파우치 소장은 공직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지켜온 신조와 관련해선 "나는 진실이 불편하거나 정치적으로 곤란한 것일지라도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대통령과 다른 고위 정부 당국자들에게 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과 정치가 손을 잡으면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마련된 미국의 에이즈 구호 프로그램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과 같은 비범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파우치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명의 목숨을 구한 PEPFAR의 설계자가 된 것은 내 평생의 특권이자 영광"이라면서 "PEPFAR는 정책 결정자들이 과학에 바탕을 두고 대담한 목표를 추구할 때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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