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모호하고 술집·식당 종사자 판단 어려워…일반인도 처벌 우려
현직 관광 장관도 "개정 필요하다"며 동조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혼전 성관계를 법으로 금지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형법에 대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음주 관련 조항을 놓고 내용이 과도하며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직 장관조차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1일(현지시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유명 변호사인 호트만 마리스는 새로운 형법 중 음주 관련 조항이 너무 모호해 법적 구체성이 떨어지고,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을 위법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인도네시아 국회를 통과한 새로운 형법 424조에는 '만취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술을 팔거나 술을 주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타인에게 음주를 강요해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온다.
이에 대해 호트만 변호사는 호텔이나 음식점 등 관광 관련 노동자들이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위법 행위를 저지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취했다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기준이 있더라도 식당이나 술집 직원들이 이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으면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팔게 될 수 있어서다.
또 일반 시민이나 관광객들 역시 술을 건네거나 권했다가 처벌받을 수 있어 과잉 처벌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산디아가 우노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도 호트만 변호사의 지적이 타당하다며 법이 시행되기 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우노 장관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형법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다만 새로운 형법이 관광 산업이나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을 비롯해 외국인 투자 협회와도 만나 개정 형법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며 이들의 우려 사항이 법에 반영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회가 통과시킨 새로운 형법은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 낙태를 금지하고 대통령과 국가 기관을 모욕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또 사전 허가 없이 시위를 벌이거나 가짜뉴스 확산, 공산주의 등 국가 이념에 반하는 견해를 퍼뜨리는 경우도 처벌하도록 했으며 신성모독죄는 강화했다.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새로운 형법이 이슬람 보수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 언론·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대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새로운 형법이 시행되기까지 최대 3년이 걸릴 것이라며 시행 전에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을 통해 우려되는 사항들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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