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기 통했다"…유럽, 에너지난 버티기 순항중

입력 2022-12-12 11:38  

"허리띠 졸라매기 통했다"…유럽, 에너지난 버티기 순항중
러시아 가스 80% 감축에도 '잔혹한 겨울' 오지않아
"온난한 겨울에다 저장고 95% 채운 절약이 동력"
러 완전차단에 한겨울 혹한 닥치면 상황 급변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가스 공급 대폭 축소에도 유럽 국가들이 가스 소비 절감 등을 통해 이번 겨울을 큰 혼란 없이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BBC 방송 러시아어판이 11일(현지시간) 전망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여러 이유를 들어 유럽연합(EU)으로의 가스 공급을 예년의 20% 수준까지 줄였다.
이 때문에 전체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해 오던 EU가 올겨울에 대규모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됐었다.
하지만 그런 전망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유럽이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론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완전히 잠그지는 않았고, 유럽이 제때 역내 가스 저장고를 95%까지 충전할 수 있었던 점이 거론된다.
난방 시즌 첫 2개월인 10월과 11월의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점도 유럽엔 행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가정과 기업들이 가스 절감에 성공한 덕분이라고 방송은 분석했다.
방송에 따르면 4억5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EU 27개 회원국은 조명과 난방을 낮추고, 공장의 노(爐)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의 고통스러운 노력으로 가스 소비를 25% 가까이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EU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인 지난 여름부터 소비 절감에 합의했다.
지난 5월까지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은 예년 최대치의 절반 규모인 하루 2억5천만 세제곱미터(㎥)까지 줄었다.
이에 EU는 지난 7월 말 가스 소비량을 15% 줄이기로 합의했으며 이 계획은 초과 달성됐다.
국제 원자재 시장분석기업 독립상품정보서비스(IC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과 11월 2개월 동안 EU의 가스 소비는 24%나 줄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도 11월에 가스 소비를 19%나 감축했다.
기업 가운데선 전체 산업용 가스 수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제철·시멘트 공장과 유리·도자기 공장, 비료·화학 공장 등이 가스 사용을 크게 줄였다.
거리 조명을 낮추고, 공공건물 온도를 섭씨 19도 이하로 낮추는가 하면, 폐점 후 가게 쇼윈도 조명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가 잇따라 취해졌다. 가정용 난방 온도를 낮추라는 정부 권고도 나왔다.
심지어 독일에선 시신 화장장의 가스 소비를 80%까지 줄이는 계획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유럽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EU가 예정대로 올해 말까지 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러시아가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겨울이 끝나고 혹독한 한파가 닥쳐오면 가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월 들어 북유럽은 벌써 이상 한파를 겪고 있다.
ICIS는 "EU와 영국의 가스 소비가 이달 6일까지 1주일 동안 예년 평균 대비 10% 정도만 줄어, 지난 11월과 10월 감소폭인 22%와 24%보다 많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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