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명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4.39%…"시진핑, 소수민족 우대정책 깨"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 10월 새롭게 꾸려진 20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소수민족 간부가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중국의 위구르족, 티베트족에 대한 인권 탄압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러한 지도부의 구성은 당국이 소수민족을 한족으로 동화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할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 205명으로 구성된 20기 중앙위원회에서 소수민족 간부는 9명으로 전체의 4.39%에 머문다. 몽골족 2명과 위구르족·티베트족·바이족·광시좡족·후이족·투자족·카자흐족 각 1명씩이다.
5년 전 19기 중앙위원회는 총 204명 중 8.33%인 17명이 소수민족 간부였다.
중국 내 소수민족은 조선족 등 총 55개로 14억 인구의 약 9%인 1억2천500만명이다. 이들 중 700만명이 공산당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24명으로 구성된 20기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에 새롭게 발탁된 스타이펑(66)이 당 중앙통일전선부 부장으로 임명된 것 역시 시사점이 크다고 SCMP는 분석했다.
중앙통전부는 소수민족 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스타이펑은 지난 수십 년간 해당 부서장으로 임명된 최고 서열의 간부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스타이펑은 2020년 네이멍구 당 서기로 재직 시 학교에서 몽골어 대신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 수업하도록 지시하면서 강력한 반발을 샀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고 "네이멍구에서 중화민족을 위한 강한 공동체 의식 구축을 위해 푸퉁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그는 올해 5월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 원장으로 발탁됐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산웨이 선임 연구원은 SCMP에 "연령 탓에 은퇴할 것으로 관측됐던 스타이펑이 부장에 임명된 것은 중앙통전부의 정치적 중요성이 전례 없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며 "중앙정치국 위원이 중앙통전부장을 맡은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 주석이 향후 민족적 구분을 없애고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 정치를 줄이며 더 강력한 조정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고 관측했다.
그에 앞서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를 관할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수장에 지난 2년간 소수민족이 아닌 한족 인사가 임명됐다.
2020년 천샤오장이 국가민족사무위 사상 첫 한족 수장으로 임명됐고, 이어 지난 6월 판웨 전 중앙통전부 부부장이 바통을 이었다.
국가민족사무위가 조직 개편을 거쳐 현재와 같은 조직으로 자리매김한 1978년 이래 2번째이자, 2회 연속으로 한족 출신이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프린스턴대 현대중국센터의 아론 글래서먼 연구원은 "시 주석 치하에서 당은 소수민족을 제거하고 한족으로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민족 간 구분을 제거하고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정치적으로 유용하고 통합된 국가 정체성을 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근본적으로 소수민족이 표준 중국어를 말하고, 중화민족의 정체성을 포용하며 무엇보다도 시진핑과 그의 체제를 지지하도록 독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이전 소수민족 정책은 그들의 관습과 언어,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정책을 급격하게 바꾸면 오랜 기간 체제를 지지해온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비던스 칼리지 수전 매카시 교수는 이는 시 주석이 공산당 규범을 깨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민족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는 것은 시 주석이 준수해야 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당의 불문율 중 하나이다"고 설명했다.
노팅엄대 훙이 라이 부교수는 "현재의 정책은 소수민족이 자신을 소수민족 집단 대신 신중국과 중국 시민의 일원으로 더 여기도록 장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다양한 민족적, 인종적 배경 사이에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스며들어 '미국 시민'을 창조한 미국의 사례에 대한 시 주석과 그의 참모들의 해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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