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금융권 新관치 논란 없도록 당국은 경계해야

입력 2022-12-12 17:27   수정 2022-12-12 17:42

[연합시론] 금융권 新관치 논란 없도록 당국은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됐다.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손병환 현 회장 후임으로 이 전 실장을 단독 추천했다.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대선 공약과 정책의 밑그림을 짰다. 앞서 지난 8일에는 3연임이 확실시됐던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현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의 면접을 마치고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조 회장은 사퇴 이유로 사모펀드 사태 책임과 세대교체를 들었지만 외풍(外風)의 영향이라는 시선이 많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마치 재벌그룹 총수처럼 장기 연임하는 것에 불만인 정부 당국의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CEO 인선 작업이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원칙론을 말한 것이었지만, '신(新) 관치(官治)' 금융 논란을 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석준 전 실장의 낙점을 계기로 정권의 철학과 맞는 퇴직 경제관료와 여권 성향 인사가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저지 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금융당국의 영향력은 시장에도 작용하고 있다. 가계부채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고금리 속에서 은행들이 과도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이복현 원장은 지난 10월 "이자장사 지적을 비판적으로 볼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구두개입을 했다. 금리 인하 요구권, 예대마진 공시 등의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이 원장의 구체적 메시지가 발신되자 은행들은 예금금리 올리기 경쟁에 나섰고, 저축은행에선 영업 시작과 동시에 대기 번호표를 따려고 창구로 쇄도하는 고객들의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우려되자 당국은 지난달 말 "수신금리 과당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냈고, 이내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췄다. 은행들이 당국의 입에 맞춰 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관치 금리'라는 말도 등장했다.

정부가 금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워서 떡먹기'라는 은행권의 '이자 장사' 논란에 대해 "은행의 노력만으로 거둔 이익인가"라는 이 원장의 비판적 시각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선 정부가 위기관리의 책임을 떠맡은 만큼 시장 개입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금리가 시장 원리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 은행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하지 않고 정부의 입만 쳐다보게 된다. 금융회사 수장 임명에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과도한 이런저런 주문이 이뤄진다면 자칫 현 정부의 시장 정상화 기조에 어긋나는 퇴행적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은 금리와 인사가 아니라 시장 왜곡과 위기관리에 국한돼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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