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주지사 "호텔 체크인 때 결혼여부 확인 안해"…관광객 우려 불식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혼외 성관계와 낙태 금지, 대통령과 국가기관에 대한 모욕 처벌 등을 골자로 하는 인도네시아의 새 형법에 대해 유엔이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하자 인도네시아 외교부가 유엔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했다.
13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전날 발레리 줄리앙 유엔 인도네시아 상주 조정관을 불러 외교 채널이 아닌 언론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를 비판한 것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테우쿠 파이자샤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은 다른 국제 대표들이 하는 것처럼 협의하러 왔어야 한다"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언론을 통해 섣불리 자신들의 견해를 공표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유엔 인도네시아 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특정 조항이 법의 평등한 보호와 종교·신념의 자유, 의견과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권리 등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또 일부 조항이 인권에 관한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형법 시행을 준비하는 동안 국제 인권법적 의무와 약속에 부합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의 비판에 관계자 초치까지 할 만큼 인도네시아 정부는 새로운 형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관광지인 발리의 와얀 코스터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호텔이나 빌라, 아파트, 게스트 하우스 등 어떤 관광 숙박시설에서도 체크인 시 결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광객들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항공편과 호텔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는 말은 모두 가짜 뉴스라며 "상황을 혼란스럽게 하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에드워드 오마르 샤리프 히아리에지 인도네시아 법무부 차관도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형법이 외국 투자자나 관광객에게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행 전까지 3년 동안 이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형법은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사회의 맥락 안에서 국가와 국민 이익의 균형을 이룬 것이라며 새 형법이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열망이 법에 반영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국회가 지난 6일 통과시킨 새로운 형법은 혼외 성관계와 혼전 동거, 낙태를 금지하고 대통령과 국가 기관을 모욕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또 사전 허가 없이 시위를 벌이거나 가짜뉴스 확산, 공산주의 등 국가 이념에 반하는 견해 확산, 만취자에게 술을 팔거나 권하는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했다.
새 형법이 만들어지자 인도네시아 국내외에서는 새로운 형법이 개인의 자유와 인권, 언론·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슬람 보수주의에 가까워졌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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