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에도 연 20%로 묶여…시행령 개정 시 연 27.9% 내 탄력 조정 가능
불법시장 내몰리는 저신용자 급증…100만원 한도 내 긴급대출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오주현 기자 = 금리 인상기에 연 20%로 제한된 법정 최고금리가 취약 차주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시장연동형 금리 도입을 통해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정 최고금리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도입됐지만, 요즘 같은 가파른 금리 인상기에는 오히려 취약계층을 제도권 시장에서 밀어내는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소비자국 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2002년 10월 대부업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최고금리 제도는 고정적인 상한을 두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현행 대부업법은 최고금리를 연 27.9%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해 7월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췄으며 이 같은 금리가 현재까지 유지돼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중·저신용자들이 아예 제도권 금융 밖으로 탈락하는 문제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부업체가 치솟은 조달금리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취약 계층에 대한 대출을 축소·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금리에 가까운 금리로 돈을 빌려온 취약 차주들부터 대출 시장에서 제외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최고금리의 지속적인 인하로 취약차주들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시장연동형 금리 제도나 긴급 소액 대출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이라도 국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부업법에 규정된 최고금리(연 27.9%) 내에서 시장연동형을 우선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을 거쳐 시장연동형을 도입할 경우 최고금리는 연 27.9% 내에서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시장연동형 최고금리 제도를 채택 중인 유럽 국가 사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최고금리 상한을 이전 분기 시장 평균 금리의 133%로, 이탈리아는 시장 평균 금리의 150%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금리를 고정적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는 방식들이다.
학계와 업계에서도 취약차주들의 대출 시장에서의 원천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연동형 최고금리 제도 도입을 제안해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열린 '소비자금융 콘퍼런스'에서 최고금리가 연 20%로 고정될 경우 약 2조원 규모의 초과수요(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상황)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40만명이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최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의 적정 금리 수준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어떤 상황 변화에도 고정적인 금리 상한을 두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지난 11월 기준) 2금융권 조달금리가 작년 말에 비해 약 3.5%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작년 말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던 차주 중 96만9천명~111만3천명이 더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금융권에서 배제된 신용대출 규모는 약 9조4천억원에서 11조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연동형 최고금리를 택하는 가상의 상황을 상정한 결과 시장에서 배제됐던 인원의 대부분인 약 102만명의 차주가 대출 시장에 다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와 근접한 수준의 대출을 받는 가계는 주로 소득이 낮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임을 고려할 때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함으로써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 계층의 롤오버(만기 연장)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불법 사금융으로 몰려나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방안도 수립 중이다.
금융위는 내년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100만원 한도 내에서 긴급 생계비 등을 대출해주는 등 정책 서민금융을 확대할 예정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체 여부를 따지지 않고 소액을 대출해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내 임시 조직으로 설치한 '불법 사금융 긴급대응단' 역할도 강화할 예정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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