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애플이 내년부터 유럽연합(EU) 지역에서 자사의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애플은 그간 EU와 미국 등지 경쟁당국의 지적에도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 설치가 가능하게 해 왔는데, 일단 EU 안에선 백기를 든 셈이다.
애플은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 iOS 17부터 이 정책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이같은 결정은 EU가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한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내달 시행함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에 따르면 IT 기업은 제3자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용자가 설정도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IT기업에는 글로벌 연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물린다.
애플은 유예조항 때문에 2024년까지는 이 법의 완전한 적용을 받지 않지만 법 시행에 맞춰 정책을 변경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EU의 디지털시장법과 같은 법 추진이 이뤄지고 있으나 속도를 내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EU처럼 비슷한 법을 마련하게 되면 애플의 정책 변경도 확산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현재 애플은 앱 개발자들에게 최고 30%의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소프트웨어 업계는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애플은 제3자 앱 설치를 허용하면 아이폰 등에 안전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깔려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방어해 왔다.
애플은 제3자 앱 설치를 허용하는 대신 안전을 위해 보안 관련 사양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애플의 보안 인증 과정에서도 일부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애플은 앱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제3자 앱이 애플의 하드웨어나 핵심 시스템에서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애플은 카메라나 근거리 통신용 칩 등의 기능을 다른 앱 개발사들에 공개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이같은 소식이 들리자 데이팅 서비스 등 앱 개발사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애플에 지급할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3일 온라인 데이팅 앱 '매치그룹' 주가는 장중 10.5%, 음원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 주가는 9.7%까지 올랐다.
애플의 주가는 큰 변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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