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임직원이 유찰 막으려 들러리 독려…공공입찰 담합 주요 원인
공정위, '입찰담합 관여 방지' 공공기관과 제도 개선 논의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A사는 B 공공기관이 발주한 소프트웨어 용역 입찰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요청에 따라 C사를 '들러리'로 세웠다.
A사의 단독 응찰로 입찰이 유찰되자 B 공공기관이 재입찰을 하면서 들러리를 섭외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찰 참여자들이 사전에 낙찰자를 정하고 다른 회사를 들러리를 세우는 행위는 입찰 담합에 해당한다.
결국 A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고, 이후 B 공공기관 입찰 참가 자격도 제한됐다.
A사로서는 공공기관의 요청에 따랐다가 제재도 받고 미래의 사업 기회도 잃은 것이다. 다만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은 이후 소송을 거쳐 취소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공기관과 입찰 담합 관여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공공 입찰 담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입찰 담합 관여 행위를 규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학계와 업계에서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며 "이런 행위는 경쟁 질서를 교란할 뿐 아니라 국가 예산 낭비, 공공 계약의 신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찰 담합 관계기관 협의회에 참여하는 14개 주요 공공기관과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와 입찰가격·낙찰자 등을 합의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다른 사업자가 이런 합의를 하게 해서도 안 된다.
다만 공공기관이 담합을 방조하는 것을 넘어 교사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법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내부 감사나 인사 규정을 활용해 (담합을 독려하는 행위를) 통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공공기관들은 인사 규정 보유·적용 현황과 감사 실시현황, 임직원 대상 교육, 입찰 참여 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제보시스템 운영 여부 등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개선할 방침이다.
협의회에는 강원랜드[035250], 국가철도공단, SR,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도로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DN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정위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파악된 입찰 담합 관여 행위를 해당 공공기관에 통보해 내부 규정에 따라 조사·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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