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서둘러 약 비축…감염 우려에 쇼핑센터·식당 등 '썰렁'
정부, 무증상 감염자 발표 중단…국민들 구체적 감염확산 상황에 '깜깜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사실상 '위드 코로나' 출발로 여겨지는 10개항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 14일로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중국 사회가 과도기적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10개항 조치는 정기적 전수 PCR 검사를 폐지하고, 경증 및 무증상자는 재택 격리가 가능하게 하는 한편, 봉쇄와 이동 제한을 대부분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위험 지역 지정을 통해 지역 간 이동에 제한을 가하며 감염자가 한 명만 나와도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고, 거의 전 국민에게 1∼3일마다 한 차례씩 PCR 검사를 받게 하던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전환한 것이었다.
3년간 이어온 고강도 봉쇄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서 벗어나고, 전국적 '백지 시위'가 확인시킨 방역 정책에 대한 민심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됐다.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달 11일 외국발 입국자 격리기간을 줄이고 방역의 정밀화를 추구하는 20개항의 완화 조치를 발표했지만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으로 평가할 만한 굵직굵직한 조치들은 7일에 나왔다.
중앙 정부 지침에 이어 각 지역 및 부문별 후속 조치도 신속히 이뤄졌다. 전자 방역 통행증이 13일부로 폐지됐고, 베이징 시는 베이징을 오가는 단체 여행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내문을 13일 여행업계에 배포했다. 또한 베이징은 14일 오후를 기해 시내 전역에 대해 고위험 지역 없이 일상적 방역 태세를 적용키로 했다.
그 와중에 중국 정부가 자랑해온 방역 정책의 이름인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라는 용어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중국은 지난 일주일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전환으로 혼란을 겪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코로나19 최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국민적으로 공유하고 그에 맞춤형으로 의료 대비를 하는 절차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경증 및 무증상자에 대해 재택 격리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7∼10일이면 대부분 치유된다고 설명하지만, 중국인들은 주변에서 체감되는 감염자의 가파른 증가 상황과 발열 증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9일 하루 베이징에 평소의 6배 수준인 3만1천 건의 120 구조 전화가 접수된 사실과 병원 발열 진료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선 상황은 뒤늦게 이뤄진 정부의 설명과 중국인들 인식 사이의 괴리를 보여줬다.
감염자 자체가 급증한데다, 감염되지 않은 시민들도 앞날에 대비해 의약품 비축에 나서면서 일시적 약품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택배 인력 중에서도 감염되거나 감염 우려로 일을 중단한 이들이 늘면서 의약품과 방역 물자 등의 배송도 일부 지역에서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베이징시 우정관리국은 13일 약품과 방역 물자 등 배송을 우선적으로 보장키 위해 외부 인력을 베이징으로 파견할 것을 각 택배 회사들에 촉구했다.
결국 중국 정부가 고강도 제로 코로나를 유지하는 동안 전파력은 강하고, 중증화율은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국민들에게 제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 정부 정책 추진에 부담으로 돌아온 양상이다.
또 의료진이 대거 감염되면서 병원이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질병 환자들의 치료 및 진료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역 실무 사령탑인 쑨춘란 부총리가 13일 "현재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는 급속 증가 시기에 자리해 있다"며 급선무는 대중에게 병원 진료와 의약품 제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중국 정부의 솔직한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원하는 사람만 PCR 검사를 받는 체제로 변경된 상황에서 정확한 수치 파악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를 들며 14일부터 무증상 감염자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국민들은 전국적 감염 확산 상황에 대해 사실상 '깜깜이'가 됐다.
방역 완화에 '경제 살리기' 요소도 비중 있게 고려됐지만, 일선의 양상은 기대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감염 확산세 속에 정부 방침에 따라 식당 내 식사가 금지되고, 쇼핑센터가 문을 닫았다면 지난 7일 방역 완화 이후엔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스스로 식당 내 식사나 쇼핑 활동 등을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14일 정오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쇼핑센터는 멀쩡히 문을 열었음에도 찾는 이들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문을 닫은 식당과 매장이 적지 않았고, 그나마 문을 연 식당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한 유명 중식 체인점 문 앞에는 '베이징 시의 방역 관련 요구에 따라 식당 내 식사를 잠정 중단한다'는 11월 18일자 안내판이 그대로 세워져 있었다.
매장 내 식사 규제가 풀렸음에도 찾는 손님이 드문 상황에서 적지 않은 식당들이 배달 영업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중증환자용 병상 및 치료시설을 확보하고, 코로나19 이외 질병을 진료하는 기존 병원 시설에서 분리된 발열 진료소를 추가 설치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또 감염 고위험군과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백신 4차 접종을 시행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내달 22일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연착륙할 수 있느냐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동 자제를 권고했지만, 내년 1월 춘제 때는 권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14억 인구의 대이동을 감염 폭증에 따른 의료붕괴 없이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부상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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