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7년까지 아세안에 13조8천억원 투자 약속…러·중 견제

입력 2022-12-15 03:53  

EU, 2027년까지 아세안에 13조8천억원 투자 약속…러·중 견제
EU-아세안 정상회담…에너지·기후변화·안보 협력강화 약속
공동성명 "남중국해 행동선언 이행해야"…"한반도 CVID 지지"도 명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오는 2027년까지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 발전 등을 위해 총 100억 유로(13조8천억 원 상당)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담에서 EU가 추진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의 일환이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2021∼2027년간 금융기관, EU 회원국 정부, 민간 영역이 유럽 역외 인프라 건설에 3천억 유로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역외 인프라 건설 투자 계획이다.
EU는 아세안에 대한 투자금이 에너지·교통·디지털·교역 증진 및 지속가능한 '가치 사슬'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라면서 "동남아 국가의 그린 경제 전환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세안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통해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으로, EU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하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노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EU 집행위가 처음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유럽 역외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세안에 대한 '투자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필리핀, 캄보디아 등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향후 투자 규모 확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날 채택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EU와 아세안 간 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사실상 핵심이었다.
공동성명은 "지속할 수 있고 포괄적인 무역 및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탄력적이고 효율적, 환경적, 경제적이며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EU와 아세안이 10여년 전부터 논의해온 양측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장기적 목표로만 명시됐다.
EU는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등과 각각 FTA를 체결한 상태로, EU는 아세안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과도 협의를 모색 중이다.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동남아 일부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향한 우회적 압박 메시지도 담겼다.
양측은 "우리는 2002년 체결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서 "모든 국가가 이 지역의 평화, 안보, 안정을 위협하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동도 방지할 것을 장려한다"고 명시했다.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2002년 남중국해에서 무력 분쟁을 막기 위한 '행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만 관련 내용은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의 의견 불일치로 공동성명 초안에서 대만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현안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탄도미사일 잇단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이러한 발사를 중단하고 핵실험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국제사회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것이 엄청난 인도적 고통을 야기하고 글로벌 경제의 현존하는 취약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공동성명에 적시했다.
'모든'이라는 표현 대신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두고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이 나오기도 했는데, 쿠데타 이후 민주 진영 정부를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쿠데타 이후 사실상 국제적 고립 상태인 미얀마 군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협력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EU-아세안 정상회담에도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초대되지 않아 9개국 정상만 참석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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