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 간다"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 울려 퍼진 함성

입력 2022-12-15 08:48   수정 2022-12-15 16:56

[월드컵] "결승 간다"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 울려 퍼진 함성
영하 3도 쌀쌀한 날씨에도 파리서 결승 진출 축하 물결
마크롱 대통령, 카타르 경기장 찾아 모로코와 4강전 '직관'



(파리·브뤼셀=연합뉴스) 현혜란 정빛나 특파원 = "10, 9, 8, 7, 6, 5, 4, 3, 2, 1! 가자!"
14일(현지시간) 오후 9시 55분.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이 끝나기 10초 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 한 술집에 모여든 사람들은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로 카운트 다운을 했다.
프랑스 대표팀이 모로코와 맞붙은 준결승전에서 전반에 이어 후반에 두 번째 골을 넣었을 때 술집 안팎에서는 프랑스의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모로코 국기를 어깨에 두르거나, 모로코 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있던 사람들은 TV 중계 화면을 보지 않거나, 경기가 끝나기 전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프랑스의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프랑스 축구 팬들은 고함을 지르고 환호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 샹젤리제 거리로 모여들었다.
개선문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많아져 영하 3도 추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지만, 팬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거리 곳곳에서는 쉼 없이 폭죽이 터져 연기가 자욱하고 화약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이따금 폭죽을 발사하는 각도가 낮아 위험한 장면도 여러 번 그려졌다.



샹젤리제 거리로 이어지는 샤를 드골 에투알 역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은 "우리가 결승에 간다"는 노래를 부르면서 흥을 주체하지 못해 벽을 치거나, 발을 구르곤 했다.
에투알 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니콜라(27) 씨는 "음바페, 지루, 테오 등 선수 하나하나 모두 훌륭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승리를 예상했다"고 기뻐했다.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PSG)의 열렬한 팬이라는 니콜라 씨는 프랑스와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의 18일 결승전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모로코 국기를 두르고 있던 대학생 사나(19) 씨는 모로코가 져서 너무 슬프다며 즐거워하는 프랑스 팬들을 보니 질투가 나 집으로 빨리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나 씨는 "모로코가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 기세를 몰아 프랑스를 꺾어버리길 기대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프랑스 전역에 경찰과 군경찰 1만명을 배치하고, 특히 파리에는 평소보다 2배 많은 2천200명을 투입해 샹젤리제 거리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모로코가 16강, 8강에서 승리했을 때 샹젤리제 거리에 수많은 팬이 모여들었고 특히 8강에서 포르투갈을 꺾었을 때는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겪었던 모로코의 역사를 들어 축구로 조성된 긴장이 폭력 사태로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자정이 넘도록 큰 마찰은 없었다.
"스포츠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로 날아가 프랑스와 모로코의 준결승전을 직접 관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탈의실을 찾아 선수와 감독을 격려하며 "프랑스팀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한편, 모로코 출신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경기가 끝나고 흥분한 일부 팬들이 난동을 부리다 경찰과 작은 충돌을 빚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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