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들어간 러, 우크라 남부전선에 겹겹이 방어선 구축

입력 2022-12-15 10:54  

'버티기' 들어간 러, 우크라 남부전선에 겹겹이 방어선 구축
NYT "곳곳 참호·진지·장애물로 요새화…장기전 대비하는 듯"
전문가 "배치 전력의 질이 참호전 성패 갈라…러 자살행위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밀려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드니프로 강 건너로 후퇴한 러시아군이 최근 두 달 새 점령지 최전방에 참호와 진지, 대전차장애물 등으로 여러 겹의 대규모 방어선을 구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민간위성영상업체 플래닛랩의 고해상도 위성사진 등으로 전선 지역의 지형 변화를 분석, 러시아군이 주요 도로와 강변 등지에 참호, 진지, 대전차장애물 등 방어시설을 겹겹이 세운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같은 러시아군의 참호 구축 속도와 규모는 지금까지 다른 여러 전선에서 보여온 행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며 러시아군의 작전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막기 위해 강과 자연적 장애물 등을 이용해 더 견고하고 방어가 용이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장기전 대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드니프로 강 건너로 후퇴한 뒤 강 남쪽에 우크라이나군이 건너오는 것을 막는 거대한 일련의 방어 장애물들을 설치했다.
탱크가 건너지 못하게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깊은 전차호를 만들고, 피라미드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전차 방어선도 구축했다. 두 가지 모두 우크라이나 차량 속도를 늦추고, 이들을 공격하기 쉬운 지점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어시설들이다.
또 수 킬로미터 길이의 참호 방어선과 함께 곳곳에 병사들이 몸을 숨기고 공격할 수 있는 사격진지도 구축했다.
동부 루한스크주 포파스나 인근 위성사진에서는 러시아군이 지난 11일간 T0504 고속도로 주변 들판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뻗어 있는 방어 구조물을 만드는 등 새로 방어망을 구축한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 필립 바실레프스키 연구원은 그러나 이런 진지들이 우크라이나군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병력이 제대로 배치돼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사기가 높은 훈련된 병력이 지키지 않는다면 참호는 그냥 땅에 있는 구덩이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보장교 출신인 이고르 스트렐코프도 지난 6일 텔레그램에서 장기전을 위한 구조물들을 건설하는 결정이 너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며 "장기전 전략을 따르는 것은 러시아 연방에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진지화를 통해 헤르손 지역 방어에 주력하면서 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같은 전선으로 병력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그렇다 하더라도 러시아군 요새화 작전은 러시아군 지도부가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 강을 건너 반격할 가능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ISW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방어선 구축 작전 성공 여부는 배치되는 병력의 질에 달려 있다며 "전선 방어진지에 훈련과 장비가 부족한 병력을 배치하면 러시아군 수뇌부가 계획한 것보다 더 빨리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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