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매체 "중국이 UAE 편든 것에 대한 명백한 대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이란의 영토 문제를 건드리자 이에 뿔난 이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보도가 나왔다.
15일 타이베이타임스, 타이완뉴스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이란 일간 '아르만'은 지난 10일 1면에 '대만 독립은 합법적 권리'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이란 평론가 메이삼 비자르가 다음날 트위터에 퍼 나르면서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됐다.
아르만은 "중국은 언제나 강압적 힘으로 독립하려는 대만의 권리를 탄압해왔다"고 지적했고, "중국은 독립을 위한 대만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르만은 또한 대만인 대부분이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정책에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소개했고, 대만인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유엔 퇴출 등 불균등한 결과 속에서 국제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자 펼친 노력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2012년 유엔 회원국의 절반 이상으로부터 주권을 승인받은 코소보와 유사한 길을 걸을 수 있다고도 썼다.
타이베이타임스는 "중국이 이란과 영토 분쟁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의 편을 든 것에 대한 이란의 명백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평론가 에미 후는 소셜미디어에 비자르의 트윗을 공유하면서 "세계가 점점 더 대만 독립을 찬성하도록 만든 시진핑에게 찬사를!"이라고 썼다.
아르만의 기사는 지난 9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기로 발표된 중국·아랍 국가 간 공동성명에서 이란과 UAE가 영유권 분쟁 중인 섬 관련 내용이 포함된 후 나온 것이다.
해당 성명에는 양자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3개 도서(아부무사, 톰베쿠착, 톰베보조르그)의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UAE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UAE는 1971년 영국이 점령을 끝내고 철수하는 틈을 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섬을 점령했다며 반환을 촉구해 왔다.
반면 이란은 3개 섬이 원래부터 자국 영토였다는 입장이다.
성명이 발표되자 이란 외무부는 10일 테헤란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아랍 국가의 성명에 이 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나온 것은 이란 영토와 내정에 대한 간섭이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13일 테헤란을 방문한 후춘화 중국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아랍 국가 간 공동성명이 이란 국민과 정부를 불안하게 했다면서 중국 정부의 명확한 해명을 진지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이란은 전통적인 우방국이지만 시 주석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10개국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란은 방문하지 않았고, 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밀착을 대대적으로 과시했다.
비자르는 아르만의 보도 외에 '중국 충격', '중국, 이란에 반대', '중국의 중동 계획은 무엇?', '이란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중국의 메시지' 등 중국에 반감을 표한 이란 매체들의 헤드라인을 트위터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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