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이후 친바레인 성향 의정활동…'반정부 활동가 석방 반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카타르 관련 부패 의혹으로 발칵 뒤집힌 유럽 의회에서 이번엔 또 다른 중동 국가인 바레인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코 출신인 중도 보수 성향 토마스 즈데호프스키 유럽의회 의원이 지난 4월 바레인에 비공개로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방문 당시 바레인 상공회의소장 등과도 만났다.
유럽의회 의원은 해외 방문시 경비 외부지원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데, 즈데호프스키 의원은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문제는 즈데호프스키 의원이 최근 유럽의회에서 바레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회는 15일 바레인에서 반정부 투쟁을 하다 붙잡혀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권활동가 압둘하디 알하와자에 대한 석방 촉구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알하와자는 덴마크-바레인 이중국적자로, 11년째 바레인 감옥에 갇혀 고문 등 핍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러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그런데 즈데호프스키 의원이 이끄는 범유럽정당 유럽국민당(EPP)은 그의 석방에 반대하는 '대안'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안에서 EPP는 알하와자 활동가를 인권운동가가 아닌 '정치적 반대파'로 규정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가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테러 행위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해외 정부를 위한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바레인 정부 측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은 앞서 펴낸 보고서에서 알하와자가 부당하게 구속됐으며 턱뼈가 여러차례 부러질 정도로 심한 고문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그가 변호사를 선임하기는커녕 본인도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받는 등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고 증언한다.
덴마크 출신의 진보 성향 카렌 멜키오르 유럽의회 의원은 즈데호프스키 의원이 주도하는 대안에 대해 "일방적이고 위험한 내용"이라며 "마치 바레인 정부 관계자가 하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알하와자의 딸 마리암 알하와자는 즈데호프스키 의원을 향해 "당신은 양심의 가치가 무엇인가, 유럽의 동포와 함께 영혼을 얼마에 팔아치웠나"라고 쏘아붙였다.
즈데호프스키 의원 본인은 바레인 유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가디언에 항공편 영수증 등을 공개하며 "자비로 다녀왔지만, 내역은 공개했어야 한다. 공개가 늦어진 것은 실수다. 의원실과 함께 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카타르와 유럽의회의 유착 의혹을 거론하며 "나는 카타르와 같은 짓거리는 안 한다"고 주장했다.
결의안 대안에 대해서는 "'유럽의회 바레인 친선그룹'은 모두 알하와자가 인권활동가가 아니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회 비공식 조직인 유럽의회 바레인 친선그룹은 다름 아닌 즈데호프스키 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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