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구도 안착할까…출혈경쟁보다 시너지 기대

입력 2022-12-16 17:02  

조선 '빅3' 구도 안착할까…출혈경쟁보다 시너지 기대
대우조선 내부 "주인있는 회사 원해"…3강체제 공고화에도 경쟁우려 적어
빅3 상선·플랜트·방산 각각 특화 주문도…한화는 방산·에너지 강화
1천% 부채비율·누적 영업손실 해소 등 경영정상화 '무거운 짐'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되자 조선업계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비록 3강 체제 유지로 과당경쟁의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우조선이 '주인 없는 회사'로 저가 수주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개선되면서 이전의 출혈경쟁은 다시 재연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조선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빅3'가 각자 특화 분야를 찾아 같은 분야에서 과도한 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인수 주체인 한화도 대우조선의 빠른 경영정상화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 대우조선 내부는 조용한 환영…"주인있는 회사 원해"
대우조선해양은 21년의 오랜 매각과정 끝에 한화 품에 안기는 것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6주간 진행됐던 현장실사가 문제없이 끝나 인수 본계약까지 이어진 것을 안도했다.
한화는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자금 조달과 현장실사를 반대한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로 진통을 겪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대우조선의 한 직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여 년간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주인 없는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다 보니 책임감 있는 오너 체제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겠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사무나 설계, 생산 직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의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되는 입장에서 구조조정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앞서 대우조선 노조 등은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이 결정되던 당시 동종업계 인수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로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대우조선의 또 다른 직원은 "한화가 특수선(군함·잠수함) 말고도 상선 분야에서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인정해주길 바란다"며 "인수는 환영하지만, 인수과정에서 불거질 일련의 사태에 대해선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 조선업계도 긍정적 평가…"단기경쟁 없어도 특화분야 만들어야"
대우조선이 한화로 일괄 매각되면서 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국내 조선업의 3강 구도는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출혈 경쟁과 중복 투자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빅2'로의 구조조정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빅3가 모두 3년치 넘는 수주잔고(남은 일감)를 채운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출혈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아울러 출혈경쟁을 유도했던 저가수주도 대우조선이 주인 있는 회사로 거듭나면서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이은창 연구원은 "빅3가 이미 3년치 수주잔고를 채웠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황도 내년까지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또 인력 부족으로 수주를 해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주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출혈경쟁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며 "다만 담합까진 아니더라도 서로 심각한 경쟁을 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 빅3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로 특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금처럼 한 기업이 상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를 모두 맡는 것은 중복 투자나 불필요한 경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3강 체제가 단기적으로 유지되다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특성이 드러날 것"이라며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상선에 주력하고,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대우조선은 방산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 3사 특색이 조금씩 만들어지면서 기본적 경쟁은 유지되겠지만 이들 특색에 맞춰 경쟁은 완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 기회이자 짐 떠안은 한화…방산·에너지와 시너지로 파고 넘는다
인수업체인 한화도 한국 조선업 경쟁력을 위해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라는 무거운 짐을 안았다.
대우조선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산총액 12조4천992억원 중 부채가 11조6천5억원이고, 자기자본은 8천986억원(영구채 2조3천억원 포함) 수준이다. 3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천291%다.
올해 3분기에만 하청업체 파업 등의 여파로 6천2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1천974억원이다.
한화는 곧 이어질 유상 증자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시스템[272210] 등 6곳이 참여해 무리없이 자금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일단 내년 상반기에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 짓고, 구축함과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 역량을 확보해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발전사업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 생산 ·운반 기술을 더해 LNG 시장에서의 사업 확대를 노린다.
또 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생산·발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 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가치사슬(밸류체인)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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