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금투협 공시기준이 혼란 부추겨…이자율 차등적용 '불합리'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배영경 기자 = 연말 '빚투'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 대부분에 해당하는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들에게 더 높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금융투자협회를 통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을 전면에 앞세워 공시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자본총계 기준 증권업계 상위 증권사 10개 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하나·삼성·KB·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증권)가 금투협에 공시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살펴본 결과 이중 6개사는 비대면·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구분해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었다.
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증권 4곳만 비대면·대면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이자율을 일괄 적용했고, 나머지 상위 6개 사는 차등 적용했다.
당장 상위 3개사만 봐도 미래에셋증권[006800]의 경우 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는 신용 공여 기간에 따라 연 4.9%(1∼7일)부터 연 9.8%(91일 초과)까지 다양한 이자율을 적용하는 반면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은 이용 기간과 무관하게 연 9.8%를 적용했다.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동일한 이용 기간과 고객등급이라도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이 최대 1.6∼2.1%포인트 더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이 거래 수수료 무료 등 각종 이벤트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유도해놓고 정작 대면 계좌 개설 고객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금투협 공시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투협은 전자공시 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각사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투협이 대면·비대면 공시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각 증권사 공시담당자들이 직접 등록하도록 하다 보니,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만 전면에 앞세워놓은 상태다.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은 각 증권사가 첨부해놓은 첨부파일을 일일이 열어봐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각사별로 이자율을 줄 세우는 공시에서는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 해당 사항이 없는 저렴한 대면 금리를 앞세우고, 실질적으로 많이 쓰이는 비대면 금리는 높게 책정하는 건 꼼수"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업무 원가의 차이를 이자율 차등 적용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자율은 '기준금리'와 업무 원가 및 리스크프리미엄 등 제반 비용이 반영된 '가산금리'가 합쳐져 산출되는데, 비대면의 경우 시스템 개발·관리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업무 원가가 더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대면 거래 투자자들을 위한 시스템 개발비는 일회성 비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구조"라면서 "신용·재정 상태가 동일한 차주가 융자 접근 경로에 따라 다른 이자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이 비대면·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내부적으로는 성격이 다른 고객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면 계좌 개설 고객 상당수는 해당 증권사와 오랜 거래 이력을 지닌 고액자산가들"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 규모도 작고 충성도가 떨어지는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들보다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연말 '산타 랠리'(연말 소비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지수가 반등하는 현상) 기대감 등으로, 지난달 16조원대에 머물렀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17조1천870억원까지 늘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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