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고위직 7명 중 5명이 정치적 동지로 당내 장악력 높여…시장은 우호적 반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한때 탄핵위기에 내몰렸던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2024년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남아공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19일(현지시간) 전당대회에서 경선 투표 결과, 라마포사 대통령이 57%(2천476표)의 득표율로 당 대표에 무난히 재선됐다고 선언했다. 43%(1천897표) 득표에 그친 경쟁자 즈웰리 음키제 전 보건부 장관은 라마포사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결과에 승복했다.
TV로 생중계된 이 날 전당대회 경선 결과 발표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의 5년 임기 당 대표 당선 소식이 선거 관계자에 의해 발표되자 지지자들은 큰 환호성을 지르고 춤을 췄다.
현 다수당인 ANC가 2024년 총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동으로 대통령에 재선된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6월 개인농장에 출처가 의심스러운 거액의 외화를 숨겨놓았다가 도난당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큰 정치적 곤경에 처한 바 있다. 특히 이달 초 의회의 독립 조사 패널이 소위 '팜게이트'(farmgate)와 관련, 라마포사 대통령의 헌법 위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탄핵 절차 개시 표결까지 갔으나 절대 과반의석을 점유한 ANC가 부결시킨 바 있다.
부통령 후보인 당 부대표에는 당 재정 담당 출신인 폴 마샤틸레가 경선에서 당선되는 등 이날 당 고위직 7명이 선출됐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고위직 7명 가운데 그웨데 만타셰 당 의장, 피킬레 음바룰라 사무총장 5명이 라마포사 대통령 계열로 분류돼 그의 당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017년 12월 당 대표가 됐을 당시보다 더 큰 표 차로 이번에 재선됐다.
또 여성 고위 당직자도 3명이 배출됐다.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의 당 대표 재선 소식이 알려지자 랜드화 가치가 올라가는 등 시장은 정치 불확실성 제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주에서 몇 달간 라마포사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가 중요한 시험대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대변인도 그의 당 대표 재선이 좋은 소식이라면서 "당과 국가를 위해 중요할 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도 개혁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마포사 대통령은 당면한 최우선 사안으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고 자신의 스캔들 연루로 빚어진 당 안팎의 신뢰 하락을 만회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올해 지금까지 남아공이 시행한 순환단전(로드셰딩)은 기록적으로 193일이나 되며 ANC 당원 수는 지난 5년 새 3분의 1이 감소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32.9%에 달하는 실업률, 부의 불평등, 높은 범죄율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110년 역사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투쟁 정당인 ANC는 1994년 집권 이후 당내 계파 싸움과 부패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지난해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노조 지도자 출신으로 광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인으로 변신, 억만장자가 됐다. 1994년 선거로 백인 소수정권이 퇴진하고 사상 첫 흑인 민주정권이 들어서기까지 협상단에 참가하고 민주헌법 기초 작업에도 참여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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