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당 180유로 넘으면 발동…이견 지속에 만장일치 아닌 '다수표결제'로 확정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난항을 거듭한 수개월 간의 협의 끝에 내년 2월부터 천연가스값 급등을 막기 위한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EU 에너지장관이사회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 결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이른바 '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도입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상한선 가격은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기준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로 합의됐으며, 내년 2월 15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가스 선물가격이 180유로 이상이고, 글로벌 시장의 액화천연가스(LNG)보다는 35유로 비싼 두 가지 요건이 3일 연속 지속되면 즉각 상한제가 발동돼 가격을 억제한다. 장외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격상한제가 한 번 발동되면 최소 20일간 유지된다. 이후 마지막 3일간 180유로 이하로 가격이 유지되면 발동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180유로는 8월 가스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 가격인 ㎿h당 349유로와 비교하면 한참 낮고, EU 집행위원회가 처음 제안한 가격 상한선인 ㎿h당 275유로와 비교해도 낮다.
반면 100∼110유로 선인 현재 가격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으로 설정된 것이다.
당초 100유로대 수준의 더 강력한 가격상한제 시행을 원하는 회원국과 가격상한제 자체에 회의적이던 '반대' 회원국 간 입장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즉각 상한제를 푼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공급 안보나 재정 안정성, EU 내 가스 흐름상 위험성이 있거나 가스 수요 증가 위험이 식별되는 경우" 즉각 시행을 중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가격상한제 시행과 함께 EU 집행위원회가 관련 기관과 함께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U 내에서 가스 가격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수출국들이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꺼려 오히려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만큼, 일종의 '보험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량을 감축한 뒤 가격이 급등하자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여부를 본격 논의했으나 가격과 적용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이날도 막판까지 진통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순환의장국인 체코 정부는 통상 EU가 하는 27개 회원국간 만장일치 동의 대신 '가중다수결제'(qualified majority) 투표로 매듭을 지었다.
EU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가중다수결제는 27개 회원국 중 55%에 해당하는 15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한 국가들의 전체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일 경우 표결 결과가 인정된다.
투표에서 헝가리가 반대했고,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는 기권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환경부 장관은 전했다.
가격상한제에 반대해온 독일은 입장을 선회해 찬성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이날 EU 결정을 "시장 가격에 대한 공격이자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원유(상한제)에 대한 조처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EU와 주요 7개국(G7), 호주가 도입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한 대응책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량을 이미 크게 줄인 상황이어서 대응에 나서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이날 네덜란드 TTF 시장에서 1월 인도분 가스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7.6% 하락한 106.6유로로 마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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