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중국제품에 고율의 관세 부과하고, 투자도 제한해야"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비동조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미국이 중국과의 통상을 통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현재 상황과 관련, "경제와 안보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정치인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커플링의 이유는 단순히 통상에서의 손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매년 3천억 달러(약 391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중국은 그 돈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미국의 정보기술 기업과 농장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접 국가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거론한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사실상 지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최대 사회문제로 꼽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사태'에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전략적 디커플링을 위해선 미·중 간 교역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18년 광범위한 중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 업계의 요구 등을 이유로 수백 개 품목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한 상태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언급하면서 다른 기술 분야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지만, 미국 경제에는 아무런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고, 오히려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웠다"며 디커플링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했다.
이와 함께 그는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는 중국 경제에만 도움이 될 뿐이고, 중국 기업이 미국 투자는 기술 유출과 민감한 정보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재무부 산하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조직을 대폭 확장해 현행 안보 관련 심사뿐 아니라 예상되는 경제적 후과 문제도 검토한 뒤 투자 승인 여부를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중국에 대한 진실을 숨길 수 없다"며 "당장 대책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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