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활력으로 '경제 혹한' 극복 시도…입법과제 많아 험로 예상(종합)

입력 2022-12-21 15:17  

민간활력으로 '경제 혹한' 극복 시도…입법과제 많아 험로 예상(종합)
규제 완화·감세로 시장안정과 수출·투자 활성화 추진 방침
취약계층 지원·경기대응 부족 우려…신산업 전략, 과거 정부와 차별화 필요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박원희 기자 = 정부가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 한국 경제는 '혹한'을 맞이할 전망이다.
급격한 통화 긴축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 여파가 닥치는 데다 금융시장·부동산시장의 혼란과 일자리 증가 폭 축소도 예고돼있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아 가계·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의 활력을 높임으로써 위기의 파고를 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각종 입법 과제 추진에 험로가 예상돼 정부 구상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내수 정책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정부 개입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내년 '경제 혹한' 예고…규제 완화·감세로 민간활력 높여 돌파 시도
정부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6%로 전망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KDI)(1.8%) 등 국내외 주요 기관보다 낮은 수치다.
그만큼 정부가 내년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대외여건이 악화하면서 국내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고 민생도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하반기에는 대외여건이 다소 개선돼 회복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으나, 상반기에는 상당한 경제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정책방향에 제시한 방안의 핵심은 '민간활력 제고'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일관되게 강조해온 기조대로 재정 투입과 같은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규제 완화와 감세, 금융 지원으로 민간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시장 안정·수출 회복·투자 제고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위축될 것이 유력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서는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30%로 하향,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연장, 분양·입주권 단기 양도세의 2020년 이전 수준 환원 등 규제 완화를 단행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전환이 예상되는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투입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2023년 투자 증가분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0%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 취약계층 지원·경기대응 부족 우려도…입법사안 험로 예상
정부는 이와 함께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겠다며 유류세 인하와 농축수산물 할당관세 연장, 대중교통·주택담보대출 이자 소득공제율 상향,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의 조치도 발표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해온 노인·취약계층 공공일자리도 고용 침체 상황을 고려해 일부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경제 혹한에 가장 고통받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우려가 있다.
내년 경기 하강과 함께 소비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이외에는 내수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는 한편 아직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로서는 재정을 풀어 소비를 비롯한 내수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상반기 경기 하강이 예고된 상황에서는 경기 대응·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거시 정책을 지금 신축적으로 운용하지 않으면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비, 투자, 정부 지출이 모두 줄어들면 내수가 살아날 방법이 없다"며 "지난 정부에서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다시 확보해야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부작용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감세 정책 중 다수는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중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제도 완화, 분양·입주권 단기 양도세율 하향 조정,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투자세액공제율의 한시적 상향도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가 올해 제출한 세제 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도 여야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최장 지각 처리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입법 과제들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방안들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런 우려에 대해 "대한민국의 중요한 제도는 대개 법률 개정이나 제정으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가 뜻한 바대로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의회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론, 국민 의사와 함께 국회와 야당에 끊임없이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면 일정부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늘 양쪽으로 극단적으로 갈라져 진영 논리에만 매몰된 그런 국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신성장 4.0' 전략 제시…"주력 산업·기술 간추려야"
정부는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위기 극복 방안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 방안과 신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노동·교육·연금·금융·서비스·공공 등 올해 이미 밑그림을 그리고 공론화에 착수한 구조개혁안은 내년에 속도를 붙여 추진할 방침이다.
구조개혁안의 성패는 사회적 대화의 진전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미래분야 개척, 디지털 에브리웨어(Every where), 초격차 확보를 골자로 한 '신성장 4.0 전략'도 공개했다.
다만 신성장 4.0 전략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등 과거 정부들이 추진한 미래산업 전략과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력해야 할 산업과 기술의 옥석을 가려 간추리고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과거 정부의 전략과 차별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신성장, 신기술을 지원한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arg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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