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통 딛고 우뚝"… 경제난 아르헨 월드컵 금의환향에 '열광'(종합)

입력 2022-12-21 05:56   수정 2022-12-21 19:01

[르포] "고통 딛고 우뚝"… 경제난 아르헨 월드컵 금의환향에 '열광'(종합)
'인산인해' 팬들 부에노스아이레스서 선수단 향해 환호·눈물
"꿈 실현에 36년 걸려"…"오늘만큼은 불평 없이 다 잊고 즐길 것"
퍼레이드 선수단, 구름 인파로 육로 이용 어려워져 헬기로 이동





(부에노스아이레스·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이재림 특파원 = "고통스럽게 결승까지 올라가 거둔 우승이라 더 행복합니다!"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금의환향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20일(현지시간)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카타르에서 전용기 편으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날 새벽(현지시간) 도착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오전 11시 45분께부터 도심 한복판에서 우승 기념 축하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이미 열렬한 환호를 받은 선수단과 코치진은 차량에 올라 한낮 27도 안팎의 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팬들의 함성 속에 두 팔을 치켜들고 물을 뿌리며 분위기를 돋웠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선수들의 함박웃음에 팬들도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세계 축구 챔피언을 반겼다.
앞서 메시는 '좋은 아침!'이라는 글과 함께 트로피 옆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부는 월드컵 우승을 기념해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카퍼레이드가 진행되는 주변 도로는 차량 대신 흰색과 하늘색 줄무늬 대표팀 유니폼을 맞춰 입은 팬들로 가득 차 인산인해를 이뤘다. 도로를 메운 인파에 선수단을 태운 버스 이동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이 겹겹이 쌓인 채 한꺼번에 밀리면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붕을 제거한 퍼레이드용 버스 앞뒤로는 경찰 병력이 배치돼 호위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도심 오벨리스크에도 수백만명의 팬들이 모여 흥겨운 춤을 추며 축제 같은 열기를 뿜어냈다.
아르헨티나의 두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또는 메시의 얼굴을 인쇄한 대형 깃발과 아르헨티나 국기도 사방에서 펄럭였다.
경제난에 시달려온 팬들은 마라도나의 활약으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한 지 36년 만에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모처럼 시름을 잊은 모습이었다.



카를로스 고메스 씨는 "우리는 그간 불평하는 데 익숙했고, 최근엔 그 무엇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며 "오늘만큼은 다 잊고 즐기고 싶다"고 외쳤다.
세바스티안 킨테로 씨는 "지금까지 월드컵 우승을 보지 못한 세대였는데, 꿈이 실현되는 데 36년이 걸렸다"며 "우리에게 월드컵 같은 축복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0㎞ 떨어진 산안토니오 데힐레스에서 온 후안과 친구들은 "오늘 점심은 거르고 오벨리스크든 대통령궁이든 선수단을 끝까지 따라갈 것"이라며 "조별리그 첫 경기 패배 후 정말 고통스럽게 결승까지 갔지만, 결국 우승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상기된 채 말했다.
애초 이날 카퍼레이드 목적지는 서울의 광화문광장과 같은 오벨리스크였다. 하지만, 구름같이 몰려든 인파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당국은 급히 모든 일정을 변경했다.


아르헨티나 축구연맹은 "(오벨리스크에 못 미친) 5월 25일 고속도로와 7월9일대로 주변까지 퍼레이드하며 팬들과 인사할 것"이라고 긴급 알림을 보냈다가 다시 중간에 버스 이동을 중단했다.
가브리엘라 체루티 대통령실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우리의 세계 챔피언은 헬기를 타고 퍼레이드를 이어갈 것"이라며 "팬들의 기쁨이 폭발하면서 육로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썼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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