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서 열린 '중동 국가 지도자 회의' 참석…핵협상 재개 방안 논의
이란 "러에 드론 제공 의혹은 오해…레드라인 지키면 핵합의 복원 가능"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외교 수장이 이란 외무 장관을 만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과 이란 내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중단을 촉구했다.
20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IB 방송 등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요르단 스웨이메에서 열린 '중동 국가 지도자 회의'에 참석해 별도 회담을 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회담 후 트위터를 통해 유럽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과 대화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멈추고, 내부 시위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당사국들이 지속해서 소통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고,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도 이에 동의했다고도 덧붙였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급과 반정부 시위대 사형 집행 등을 이유로 대이란 추가 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회담에서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지원했다는 의혹은 오해이며, 이란은 우크라이나와 직접 만나 해명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국방 분야 협력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드론을 공급한 적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서방 국가들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해 건설적인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이란은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이 지켜진다면 핵협상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합의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이날 중동 국가 지도자 회의에는 프랑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터키, 이집트,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의 정상 혹은 외무 장관이 참석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중동 지역 라이벌 관계인 이란과 사우디의 양자 회담은 이날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에서 "교착·분열·외세 간섭·안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동 지역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번 회의는 중동 지역이 안보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시기에 열렸다"며 "식량, 수자원, 보건, 에너지 안보, 기후 위기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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