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완화 축소' 기습 결정한 일본은행…차기 총재 인선 주목

입력 2022-12-21 09:41  

'금융완화 축소' 기습 결정한 일본은행…차기 총재 인선 주목
구로다, 내년 4월 임기 만료…후임자로 일본은행·재무성 출신 거론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2013년 3월 취임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펼쳐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완화 축소를 결정하면서 그의 후임자 인선이 주목받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구로다 총재는 금융완화 색이 강했다"며 "시장은 차기 총재가 그의 노선을 따르는 인물일지, 금융시장에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금융완화 수정론자일지에 따라 정책 방향을 살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금융완화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10년 가까이 뒷받침한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 8일까지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전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해 사실상 장기금리를 인상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2016년 9월 장기금리의 변동을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폭을 늘려왔다. 지난해 3월에는 변동 폭을 '±0.2%'에서 '±0.25%'로 확대했다.
1년 9개월 만의 장기금리 변동 폭 확대에 시장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구로다 총재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진행된 급속한 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에도 장기금리 변동 폭 조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변동 폭 확대는 금융긴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하고 "금융완화의 효과를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회견에서는 "장단기 금리 조작이 더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한 것이지 금리 인상이나 금융긴축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바꿨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유럽과 금리 차에 따른 금리 상승 압박을 버티지 못해 금융완화를 수정하게 된 모양새"라며 구로다 총재가 그동안의 입장을 단번에 바꿔 갑작스럽게 장기금리 변동 폭을 확대하면서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이번 결정에는 기시다 정권의 의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10일 구로다 총재가 기시다 총리와 면담한 뒤 '정부와 일본은행이 협력해 경제와 물가 정세에 대응해 기동성 있게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언급했던 점에 주목했다.

요미우리는 구로다 총재의 후임자로 일본은행 출신인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 재무성 출신인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시장의 왜곡을 개선해 금융완화에 대한 비난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구로다 총재와 가까운 인물이 차기 총재로 발탁되기 쉬워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물가 상승률 2% 조기 달성과 금융완화 방침을 담은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 성명을 개정할 방침을 굳혔고, 이에 찬성하는 인물을 차기 총재로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최종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구로다 총재가 임기 내 두 차례(내년 1월, 3월) 남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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