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분수령 시점에 패트리엇 등 실탄 확보-여론전 극대화 '두마리 토끼' 잡기
푸틴 보란듯 바이든과 밀착…휴전 제안 등 깜짝카드 나올까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 의회에서 연설키로 함에 따라, 이번 전쟁에서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방미는 일단 양국뿐만 아니라 서방세계 전체에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의 대결 구도를 명확히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충분한 지원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는 한편, 막후에서는 현실을 감안한 '협상론'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를 주재, 우크라전 활동 결과를 점검하고 내년 목표를 수립한다. AFP통신은 이번 방미를 두고 "서방의 단결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러시아에 발신하게 될 것"이라며 비밀리에 잡힌 이번 방미가 마침 푸틴 대통령이 고위 군 장성들을 소집한 날 이뤄지게 됐다고 전했다.
◇ 푸틴 보란듯이…"서방의 단결 메시지"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전선 부각
미 CNN 방송은 젤렌스키의 백악관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생존을 위해 치르고 있는 힘겨운 전쟁에서 민주주의의 무기로서 미국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부각할 것이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허를 찌르는 공개적 꾸짖음을 보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방문은 발표 몇시간 전까지 극비로 추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올해 2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래 첫 방문국으로 미국을 택한 점도 의미가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위해 백악관에서 환영 리셉션을 열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싸움을 미국과 서방이 지지한다는 명확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소련의 세력확장을 저지하고 지금은 모스크바의 새로운 팽창주의에 맞서고 있는 서방의 동맹을 부활시키는 데 있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사적 역할도 주목받을 것"이라며, 서방 측 동맹이 "사실상 핵 보유 초강대국간의 대리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정책의 중심에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사이의 전지구적 투쟁"이라는 개념을 두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예라고 강조했다.
CNN을 비롯한 영미권 매체들은 올해 2월 개전 이래 푸틴의 러시아와 맞서 싸우고 있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막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비유하는 경우가 잦았다.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도 3월 영국 의회에 영상연설을 하면서 처칠의 전쟁 중 연설을 인용하기도 했다.
◇ 전쟁 분수령 시점서 美, 패트리엇 등 추가 지원
젤렌스키의 방미는 시점적으로 이번 겨울이 향후 전쟁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꼽히는 와중에 이뤄졌다.
나토 유럽 최고연합군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퇴역 미군 대장은 미국의 지원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없다며, 매우 중요한 순간에 젤렌스키가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CNN에 출연, "러시아는 약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러시아가 전열을 재정비할 틈을 미국 등이 허용하게 되면) 러시아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지원을 퍼부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젤렌스키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격퇴하려면 이번이 기회"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 기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 추가로 약 20억 달러(약 2조6천억 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 사의 직접 충돌로 확산될 위험을 매우 경계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을 꺼려 왔으나, 가을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시설 등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퍼부음에 따라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 젤렌스키, 초당적 지원 요청…의회연설로 여론전 극대화
긴급지원안의 원활한 통과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 기간 미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부터는 지금까지 지속된 미국의 전폭적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간선거를 계기로 내년 1월 3일에 임기가 시작될 제118대 연방의회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미국 의회의 세력 구도가 바뀌는 시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무대에서 전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타전함으로써 초당적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으로 여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합동회의 연설은 미국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2023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시점과 겹치게 된다.
◇ 휴전·평화협상 등 깜짝 제안 나올까
아울러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을 포함한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현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일시 휴전을 하거나 강화 협상을 벌이는 방안 등이 이런 '민감한 주제'에 포함될 수 있다.
전쟁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젤렌스키 방문 때 일시 휴전이나 강화 협상 추진 등의 가능성을 막후에서 타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휴전이나 강화협상 추진 여부나 시기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문제라는 게 미국과 EU 지도자들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입장이어서, 이번 방미 기간 급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도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부터 우크라에 대한 어떠한 것도 우크라 없이 하지 않는다는 것, 젤렌스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압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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