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급대원 하루 파업…정부 "만취하지 말아달라"

입력 2022-12-22 01:35  

영국 구급대원 하루 파업…정부 "만취하지 말아달라"
30년 만에 최대 규모…12월 28일에 추가 파업 예정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 구급대원 수천 명이 21일(현지시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30년 만에 최대 규모 파업에 들어갔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노동조합 3곳은 이날 12시간 또는 24시간 동안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AP 통신,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응급구조대원, 응급의료 전화 상담사, 기술자 등이 파업에 참여하자, 정부는 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급차를 운전하고 물류를 담당할 군인 750명을 동원했다.
정부는 구급차 수요가 늘어나지 않도록 신체 접촉이 있는 운동과 불필요한 자동차 여행을 삼가고, 지나친 음주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스티븐 포위 잉글랜드 국민보건서비스(NHS) 국립 의료 국장은 연말이라 술 약속이 많겠지만 인사불성으로 취해 응급실을 찾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남부 크롤리에서 일하는 구조대원 키어스틴 리드(24)는 AFP 통신에 "우리는 마땅히 받아야 할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리드는 "우리가 12시간 근무하는 동안 30분의 휴게시간이 있지만, 12시간만 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초과 근무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빠른 대응이 필수적인데, 인력이 모자라다 보니 응답 시간이 충격적일 정도로 늦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 10월 연 11.1%로 41년 만에 최고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으며, 공공 부문에서는 이에 발맞춘 임금 인상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정부는 공공 부문이 원하는 대로 임금 인상률을 두 자릿수대에 맞추면 물가 상승은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정부는 구급대원을 비롯해 간호사 등 의료 부문이 파업하면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난했고, 노조는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오히려 정부라고 맞섰다.
스티브 바클레이 보건부 장관은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노조가 환자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의도적으로 파업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레이철 해리슨 영국 GMB 노조 사무총장은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임금 인상 협상을 계속 거부하면 새해에도 파업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급대원 노조는 이달 28일 다시 파업을 벌일 예정이며 간호사, 철도, 우체부, 운전면허 시험관, 공항 입국심사관 등도 파업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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