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세계 유수 기업을 상대로 해킹을 하고 랜섬웨어를 통해 거액을 뜯어내는 러시아 해커들이 공항 택시의 대기 순서까지 조작해 돈을 챙긴 사실이 밝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 지검이 퀸스에 거주하는 40대 미국인 2명을 해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대기하는 택시의 새치기를 도와준 뒤 받은 돈 중 일부를 러시아에 거주하는 해커에게 송금했다.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주범인 러시아 해커는 지난 2019년 뉴욕 JFK 공항의 택시 배차시스템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다.
뉴욕 택시가 JFK 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선 일단 공항 외곽의 지정 장소에서 대기한 뒤 배차 시스템에 입력된 순서에 따라 택시 승강장으로 진입해야 하지만, 러시아 해커는 자의적으로 순서를 뒤바꿀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비수기일 경우 보통 2~3시간을 기다려야 승객을 태울 수 있지만, 10달러(약 1만3천 원)를 낼 경우 러시아 해커가 배차 순서를 조작해 곧바로 승강장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해커에게 돈을 지불하고 새치기를 한 택시는 하루에 최대 1천 대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기소된 미국인 2명은 새치기를 원하는 택시 운전사를 모집하고, 돈을 받는 역할을 담당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이후 러시아 해커에게 송금한 액수가 최소 10만 달러(약 1억3천만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해커들은 세계적인 대기업과 의료기관들을 표적으로 삼고 금품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고, 세계 최대 정육업체로 꼽히는 브라질의 JBS의 미국 자회사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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