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역사 기억해야 정의로운 현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정부가 나이지리아에 베닌 약탈문화재를 반환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과 클라우디아 로트 문화장관은 2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베닌 약탈문화재 20점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반환했다.
아프리카 식민지배 당시 영국이 1890년대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베닌시티)에서 약탈한 청동 문화재는 국외로 유출돼 일부는 박물관으로 보내졌고, 일부는 매각됐다.
이 중 일부는 독일 예술상들이 사들여 전체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6천여 점을 독일 박물관들이 보유 중이다. 이번에 반환된 문화재는 독일 5개 박물관이 보유해왔다.
배어복 장관은 약탈문화재 반환기념식에서 "청동 문화재를 약탈한 것은 잘못됐다. 이를 보유한 것도 잘못됐다"면서 "이들 문화재는 고향으로 돌아올 시기를 한참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국의 문화재가 약탈당하면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상실감을 초래한다"면서 "나이지리아인들은 이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배어복 장관은 "유럽 식민주의 역사에서 독일도 어두운 역할을 했다"면서 "청동 문화재를 반환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채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트 문화장관은 "우리는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토론을 통해 학습하고, 책임을 질 것"이라며 "아프리카 협력 국가와의 소통을 통해서만 우리 식민주의 역사가 기억문화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나간 부당한 역사를 기억해야 정의로운 현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면서 "문화재 반환 이후에도 약탈과 식민주의의 역사를 잊거나, 우리의 부끄러움을 은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측은 이날 기념식에서 영국의 식민지배 당시 해외로 유출된 모든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조프리 온예아마 나이지리아 외무장관은 "대영박물관이 보유한 문화재도 반환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독일이 문화재 반환을 결정해 기쁘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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