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반발에도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지원" 확언
정밀폭격용 JDAM 키트도 첫 지원…러 본토 공격용 무기 지원엔 여전히 난색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00일째를 맞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8억5천만 달러(약 2조3천억원) 규모의 군사원조를 추가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미에 맞춘 이번 발표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원조 규모는 총 219억 달러(약 28조1천억원)로 늘게 됐다.
이번 지원에는 그간 미국이 제공하지 않았던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과 합동정밀직격탄(JDAM) 키트, 위성통신체계 등의 최신 무기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 美 패트리엇 미사일 첫 지원…러 "도발적 행보" 반발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정부 주요 당국자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패트리엇 미사일을 요구해왔지만 미국 정부는 난색을 보여왔다.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고, 자칫 미사일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토에 떨어진다면 확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주미 대사관을 통해 배포한 논평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도발적 행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AP 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의 훈련용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1기가 우크라이나에 보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패트리엇 지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이 바뀔 정도의 영향을 미치진 못할 전망이다.
독일 그라펜뵈르 미군 군사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운용법을 가르치는 데만 수개월이 소요될 예정인데다, 사정거리는 길지만 운용비용이 막대해서다.
패트리엇 1개 포대는 각각 미사일 4발씩을 쏠 수 있는 발사대 8개로 구성된다. 미사일은 한발당 400만 달러(약 51억원), 발사대는 한기당 1천만 달러(약 128억원)다.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주요시설을 폭격하는데 쓰는 값싼 이란제 드론 등을 상대하기엔 가성비가 없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패트리엇 미사일은 기존 방공망에 통합해 다층 방공망을 구축하는 데 활용될 될 것이라고 미국 고위 국방 당국자는 말했다.
◇ 정밀폭격용 JDAM 키트도 우크라에 첫 제공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JDAM 키트도 처음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JDAM 키트는 유도기능이 없는 이른바 '멍텅구리 폭탄'에 부착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데 쓰이는 장치다.
미 국무부는 "JDAM 키트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러시아 침략군을 더욱 정밀히 폭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용으로 사용 가능한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JDAM 키트 지원을 결정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는 비축량이 충분해 재고부족 문제가 발생할 걱정이 크지 않은 데다, 목표물에 근접해 투하해야 한다는 특성상 방공망이 견고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에는 사용하기 힘든 무기 체계란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등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 위성통신체계 지원도 포함…스타링크 비용 내주나
이번 군사원조에 포함된 또 다른 주요 항목은 위성통신체계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기존 통신체계가 크게 손상된 우크라이나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제공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에 의존해 왔다.
지상에서 쟁반처럼 생긴 스타링크 단말기로 위성과 연결,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 서비스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러시아군을 상대로 크고작은 승리를 거두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올해 9월 매월 2천만 달러(약 255억원) 상당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더는 무료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에 운영비 보전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스타링크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는 이후 이런 요구를 철회했지만, 이면에서는 미국 정부와 관련 협의를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 정부 당국자들은 다수의 위성통신업체와 대화 중이라고만 밝히면서 위성통신체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존 페라리 수석 연구원은 비록 스타링크가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위성통신 체계를 혼용할 때의 문제점을 고려하면 스타링크 외 다른 기업이 우크라이나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성통신체계 지원은 결국 미국 정부가 스타링크 비용을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