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 '푸틴의 요리사' 프리고진 등이 창설
푸틴의 의존도 높아져 위상 올라가…러 장교들에게 명령내리기도
아프리카 등서 민간인에 잔혹행위…우크라 일가족 몰살 혐의로 기소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북한이 무기를 판매했다고 미국이 밝힌 러시아의 와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시리아와 아프리카 등 러시아가 개입한 분쟁 지역에서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친 용병회사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정규군 못지않게 전면에서 활동하는 와그너그룹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전직 러시아군 특수부대 장교 드미트리 우트킨 등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준군사 조직을 만들어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한 게 시작이었다.
네오나치 성향의 우트킨은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좋아한 작곡가인 바그너를 가명으로 택했고, 와그너그룹의 이름도 거기서 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 등은 실제 와그너그룹에 자금을 대는 소유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라고 판단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업체를 소유하고 있어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로 지난 9월 성명에서 자신이 와그너그룹을 창설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2016년 프리고진을 제재 명단에 올렸으며 2017년 일련의 러시아 제재를 발표하면서 와그너그룹과 우트킨도 포함했다.
러시아 정부는 와그너그룹과 연계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비밀 무장 작전을 수행하고 가짜정보를 퍼뜨리는데 정규군 대신 와그너그룹 등 프리고진이 소유한 회사를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와그너그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용병들을 수도 키이우에 침투시키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부터 깊숙이 개입해왔다.
특히 러시아 정규군이 예상과 달리 고전하며 큰 손실을 보자 이를 대체할 용병을 주요 전선에 투입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에 계약직 1만명과 죄수 4만명 등 5만명을 배치한 것으로 미국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사설 용병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러시아의 비공식 군대인 셈으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와그너그룹이 러시아 군 및 다른 부처와 경쟁하는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갈수록 와그너 그룹에 더 의존하고 있다면서 와그너그룹의 위상이 높아져 이제는 러시아군 장교들이 와그너그룹의 명령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달 1억달러 넘게 쓰고 있다고 한다.
프리고진은 와그너그룹의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자기 소유의 회사 엠인베스트(M Invest)를 통해 수단의 금광과 리비아 원유 등 자원을 개발할 권리를 확보해 이 같은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 당국과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은 시리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의 내전에 직접 참전하거나 정부의 안보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은 2020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트럭에 발포해 민간인 3명을 살해했다. 또한 이슬람 사원을 공격해 최소 6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했고, 민가를 약탈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도시 부차의 한 마을에서 일가족을 몰살한 혐의로 검찰이 지난 5월 와그너그룹 용병 3명을 기소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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