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다세대·오피스텔 등 47건 경매 부쳐져, 1건 진행
서울·수원·인천 등 포진…대부분 임차인이 보증금 못받아 경매 신청
전문가 "국세 체납·보증금 커 낙찰 쉽지 않을 듯…임차인 피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수도권에서 빌라(연립·다세대)와 오피스텔 1천139채를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속칭 '빌라왕' 김모(42)씨 소유 주택과 오피스텔이 최근 무더기 경매 신청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신청을 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경매 신청자의 채권 청구액만 1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경매 정보를 연합뉴스가 분석한 결과 빌라왕 김씨 명의의 수도권 부동산 총 47건이 올해 3월 이후 대거 경매에 부쳐졌다.
이 가운데 1건은 현재 입찰이 진행중이며, 46건은 경매 신청이 됐으나 아직 입찰이 진행되지 않은 예정 물건이다.
경매 신청된 김씨 소유 부동산은 서울·수원·인천 등 소형 다세대(도시형 생활주택 포함)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피스텔(10건)·주상복합(8건)·상가(4건)·아파트(1건) 등이었다,
대부분은 임차인이 임대 계약 만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 신청한 것으로, 금융기관의 대출 등 선순위 채권이 거의 없는 대신 상당수는 경기도 포천세무서의 압류가 걸려 있었다. 김씨의 종합부동산세 체납이 원인으로 보인다.
채권 청구액은 대부분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1억원 중반∼2억원대가 다수다. 현재 경매 신청된 47건의 채권 청구액은 총 105억754만원(평균 2억2천350만원)으로 100억원이 넘었다.
이 가운데 인천·고양시 일부 물건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뒤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것들도 있었다.
경매 예정 물건 46건 중 7건은 경매를 신청한 임차인이 직접 경매를 취하했다. 경매를 통해 전세보증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HUG가 경매 신청한 1건은 각하됐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국세 체납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빠른 경우 경매 낙찰이 되더라도 국세가 전세보증금보다 우선 배당되기 때문에 국세 체납액이 많으면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도 최근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채권청구액)이 시세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낙찰받기 쉽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일하게 입찰에 들어간 경기도 광주시의 한 다세대는 지난 6월 경매신청이 이뤄져 10월에 첫 경매가 진행된 뒤 2번이나 유찰됐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예정된 3회차 경매의 최저가는 최초 감정가(2억6천만원)의 49%인 1억2천740만원으로 떨어졌다. 임차인의 보증금(청구액) 1억8천500만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김씨 소유 빌라 등이 1천채가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물건들이 줄줄이 임차권 회수를 위해 경매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씨가 종부세와 재산세 등 세금 체납액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공매로 나오는 물건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최근 집값 하락세에다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액이 커 낙찰이 쉽진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 경우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가 지연됨은 물론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빌라왕 뿐만 아니라 최근 1∼2년 새 신축 빌라 등을 통한 전세사기가 급증한 만큼 임차인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HUG에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가입한 임차인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금을 HUG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임차인은 1년 이상 경매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나마 보증금을 다 회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며 "이들 세입자의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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