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코스피 3,500∼3,600선 간다"…현 지수와 1,000포인트 이상 차이
"투자자들, 증권사 의견 그대로 믿지 말고 비교·판단해야"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송은경 기자 = 연말 '산타 랠리' 없이 코스피가 2,300대 초반으로 주저앉으면서 연초 '삼천피'(코스피 3,000선) 회복 가능성을 언급해온 증권사들의 전망이 일제히 빗나가는 모습이다.
내년에도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내놓는 전망을 선별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를 전망하면서 목표지수로 3,000선 이상을 잡았다.
KB증권은 올해 코스피 목표지수를 3,600선으로, 신한금융투자·현대차증권[001500]은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 상단을 3,500선으로 각각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은 올해 코스피 예상 변동 폭으로 2,800∼3,400을 내놨다.
그러나 연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에 나서자 코스피가 하락했고, 일부 증권사들도 3∼4월 중 올해 코스피 예상 범위 하단을 2,500대로 낮췄다.
코스피는 증권가 예상 범위보다 더 하락해 6월 2,400선을 내줬고, 7월에는 2,300선마저 무너졌다.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자 증권사들도 하반기 전망에서는 코스피 하단을 2,050∼2,200대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코스피가 9월 연저점(2,134.77)을 찍으며 약세장을 지속하는 데도 증권사들이 발간한 기업 분석 보고서 투자의견은 '매수' 일색이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과거 1년간 종목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외 증권사 47곳 중 국내 증권사 30곳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단 한 건도 내지 않았다.
CLSA(24.0%), 메릴린치(23.3%), 모건스탠리(17.3%), 골드만삭스(15.6%), 도이치증권(14.3%), JP모건(12.8%), 크레디트스위스(10.3%), 맥쿼리증권(10.0%) 등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006800](1.1%), DB금융투자[016610](0.7%), 다올투자증권[030210](0.6%)만이 매도 의견 보고서를 냈으나 그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또다시 내년 코스피가 현 수준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할 만큼 극심한 저성장이 예고돼있는데다 수출 감소와 소비 부진으로 내년 국내경기에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상황인데도 증권업계만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내년 코스피 하단이 2,000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으나 국내 증권사중 내년 코스피 하단을 2,000선 밑으로 전망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별 내년 코스피 예상 등락 폭은 한국투자증권 2,000∼2,650, NH투자증권 2,200∼2,750, 하나증권 2,050∼2,550, 메리츠증권[008560] 2,100∼2,600, 신한투자증권 2,000∼2,600, 대신증권[003540] 2,050∼2,640, IBK투자증권 2000∼2,800, 현대차증권 2,050∼2,570, 교보증권[030610] 2,200∼2,650, 유진투자증권[001200] 2,300∼2,700, SK증권[001510] 2,000∼2,450 등이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증권사 전망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좋아야 거래도 늘어나고 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많아진다"면서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증권사 전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증권사 의견이 항상 맞지도, 항상 틀리지도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최종 주가 전망보다는 왜 이런 결론을 주장하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투자 판단과 비교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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