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교회, 러 침공 맞서 1월 7일→12월 25일로 첫 허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침공을 겪으면서 반러 정서가 강해진 우크라이나에서 성탄절도 기존 1월에서 12월로 앞당기는 게 대세가 됐다고 AP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탄절은 통상 12월 25일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정교회를 믿는 국가 일부는 이보다 늦은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 왔다.
정교회에서는 종교적 명절을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가 나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헤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교회를 믿으면서도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성탄절을 12월로 앞당기자는 주장은 최근까지 상당히 급진적 발상으로 간주됐지만, 10개월째 전쟁이 이어지면서 약 4년전까지 우크라이나를 관할했던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진 까닭이다.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지지하며 '성스러운 투쟁'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온 것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2019년 러시아 정교회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아예 올해부터는 각 교구가 원한다면 1월 7일 대신 12월 25일 성탄 예배를 진행해도 된다고 10월 선언했다.
최근 성탄절 날짜와 관련한 투표를 한 키이우 교외 보브리치아에선 교인 204명 가운데 무려 200명이 성탄절을 12월 25일로 앞당기는데 찬성표를 던졌다.
이 마을 주민 올레나 팔리(33)는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리는 더는 러시아권의 일부로 남을 수 없음을 각성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에서 성탄절을 앞당기는 것은 러시아와의 완전한 결별을 의미할 수 있으며 정치적·종교적으로 상당한 함의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성탄절을 언제 기념하는지가 해당 인물의 친러 성향을 살피는 가늠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국토방위군에 자원해 키이우 주변에서 활동 중인 올레그 슈콜라는 "우크라이나 교회에서 우크라이나 명절을 기념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교회가) 어둠이 가득하고 그리스도의 적과 함께하는 오늘날 러시아와 연관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 무차별 포격을 감행해 60여명을 사상한 데 이어, 25일에도 공습을 가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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