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유럽에서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주행 비용도 크게 늘어 전기차 시장에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미 경제 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동안 유럽의 전기차 소유주들은 내연기관 차량의 연료비에 비해 저렴한 충전비를 누려왔으나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이런 혜택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일부 전기차는 고속 충전비가 가솔린 차량의 주유비를 웃돌고 있다.
예컨대 독일에서 테슬라 모델3 운전자가 지난 9월 고속 충전소에서 100마일(약 161㎞) 주행에 필요한 충전을 했을 경우 18.46유로(약 2만5천100원)가 소요됐다.
하지만 연비 가이드를 제공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동급 모델인 혼다 시빅에 같은 주행거리 분량의 가솔린을 주유하는 데 드는 비용은 18.31유로(약 2만4천900원) 수준이었다.
현재의 가솔린 가격과 충전비, EPA의 연비 추정치 등을 보면 연비가 비교적 양호한 경차나 소형차 등 몇몇 내연기관 차량 연료비는 동급의 전기차가 고속 충전소를 이용하는 데 드는 충전비보다 싸다.
유럽에서는 현재 테슬라 이외에 알레고(Allego), 아이오니티(Ionity) 등의 상표를 사용하는 고속 충전소들이 주요 도로변에 만들어져 전기차 소유주들에게 15분이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알레고 충전소에서 전기차로 시판된 경차 미니 쿠퍼를 주행거리 100마일 분량으로 충전할 경우 드는 비용은 26.35유로(3만5천800원)인 반면 동급의 미니 쿠퍼 가솔린 차량 연료비는 20.35유로(2만7천700원)다. 가솔린차가 6유로(약 8천원)가량 비용이 덜 드는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비교해보면 소형 SUV(2도어) 부문에서는 닛산의 로그 가솔린차(19.97유로·2만7천100원)가 현대 코나 전기차(22.95유로·3만1천200원)보다 주행 비용이 싸다.
물론 전기차를 자신의 집 주차장에 세워두고 밤새워 충전하면 가솔린 차량보다 싼 비용에 충전할 수는 있지만,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할 경우 등은 고속 충전소 이용을 피하기 어렵다.
전기차의 주행 비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팔라진 전기료 인상의 영향이 크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의 이달 가정용 전기료는 1kWh(킬로와트시)당 평균 0.43유로(약 585원)로, 하반기 이후에만 30%가량 올랐다.
여기에 몇몇 전기 회사는 내년 1월 0.50유로(약 680원) 이상으로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게다가 전기료 부담의 증가는 몇몇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판매 보조금을 줄이는 상황에서 진행돼 유럽내 전기차 판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WSJ의 평가다.
이 신문은 "앞으로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을 위협하고 유럽 차량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의 고비용을 만회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은 전기료 상승의 부담이 유럽 전기차 판매 시장에 특별히 영향을 주는 조짐은 없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E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유럽내 전기차 판매량은 25만9천449대로 직전 2분기보다 11% 늘고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3분기 유럽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의 점유율은 1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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