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 "日기업 기여·사죄에 똑같이 무게 두고 협상"
'판결이행 주체 유력 거론' 일제강제동원재단, 정관 변경 추진
(도쿄·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김효정 기자 = 한일 외교당국은 26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국장급 협의를 개최했다.
이날 도쿄에 있는 일본 외무성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에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했다.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는 지난달 24일 도쿄에서 개최된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렸다. 당초 지난주 후나코시 국장의 방한 때 열릴 예정이었으나 서 국장의 모친상으로 연기되면서 장소도 서울에서 도쿄로 변경됐다.
두 국장은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제반 현안을 논의했다.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해법으로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일 기업 등 민간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재원을 조성해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원고(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와 재원 조성 참여 등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협의 후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기업의) 사과와 (재원 조성 과정에서의) 기여라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대해 (일본 측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사죄와 기여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 기업의 기여와 사죄에 똑같이 무게를 두고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피고 기업의 기여를 (일본 측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피고 기업의 재원 조성 참여에 대해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자신들의 기존 주장과 상충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징용 피해자 측이 한국 기업의 기부만으로 일단 재원 조성을 시작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최근 정부로부터 유력하게 통보받았다고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그런 방안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 측에서도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합의문으로 발표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어떤 해법을 발표한 이후 일본이 그것에 대해 어떤 성의 있는 조치를 발표하는 형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안을 발표한 다음에 정부가 어떻게 노력해왔고 부족하지만 이런 정도의 해법이 나왔다는 것을 원고와 소송대리인 한 분 한 분께 설명해드리면서 이해와 동의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안이 발표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내 징용 문제 해법 마련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 대한 변제를 대신 수행하기 위한 정관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해법이 사실상 윤곽을 갖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단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관상 '목적사업'에 근거 조항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정관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달 21일 이사회를 열어 관련 방안을 논의했으며, 구체적인 자구 검토를 거쳐 조만간 행정안전부에 정관 변경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음 주 중으로는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단 측은 정관 변경 추진이 외교부의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니며, 재단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 이행 주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데 따라 사전준비를 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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