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사항 대신 접수·해결하는 '캐런구직중' 스타트업 인기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최대 수 시간씩 전화통을 붙잡아도 상담사 목소리조차 듣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들의 질 낮은 서비스가 악명높은 미국에서 고객 불만 사항을 대신 접수해 해결해주는 '용병 업체'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고객 불만 접수 서비스 대행 스타트업 '캐런구직중'(Karens for Hire)이 최근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업체는 기업 고객센터에 의뢰인 대신 전화를 걸어 환불·교환·행정처리 등을 해주고 평균 65달러(약 8만2천원)를 받는다.
통화 연결음만 몇 시간씩 계속되는 '고객센터 지옥'에 질린 고객들이 더이상의 마음고생을 피하려고, 혹은 애초부터 그런 고통을 겪지 않으려고 캐런구직중을 찾는다고 WP는 보도했다.
회사 이름의 '캐런'은 미국의 온라인 속어다. 널리 쓰이는 평범한 이름이지만, 온라인에서 쓰이면 까탈스러운 백인 중년 여성을 조롱하는 의미가 된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당신네 상사 바꿔봐"라고 말하거나, 식당에서 막무가내로 "셰프 나오라고 해"라며 흥분하는 전형적인 특권층 백인 여성 이미지가 담긴 말이다.
캐런구직중의 회사 로고에는 '캐런'의 대표적 상징인 쇼트커트 머리가 그려져 있다.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캐런 짓을 할 테니 여러분은 안 해도 된다"고 적혀 있다. 상대하기 껄끄러운 캐런을 한없이 듬직한 아군으로 삼으라는 유혹이다.
캐런구직중이 해결해주는 민원은 분야도 다양하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티켓마스터(예매), T모바일(이동통신사), 자동차 딜러사, 인터넷 공급자, 보험사, 이사 업체 등 온갖 업종에서 캐런구직중에 의뢰가 쏟아진다고 WP는 전했다.
한 고객은 보험사에 서류 한 장을 받겠다고 수십 차례 전화를 돌리다 캐런구직중에 의뢰를 결심했다. 캐런구직중은 소비자 단체와 함께 '보험회사가 제 돈도 안 드는 문제로 환자의 치료를 지연시킨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려 보험사의 관심을 끌고 즉각 서류를 받아냈다.
끊임없이 전화를 피하던 인터넷 회사와 3년 동안이나 싸우던 한 가족은 캐런구직중에 의뢰한 직후 문제를 해결했다. 이 가족은 캐런구직중에 50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WP에 따르면 캐런구직중은 현재 '유명 셰프에게 협찬한 옷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의류업체', '등산을 좋아하는 남성을 소개해 달랬더니 여자 신발에 집착하는 남성을 소개해준 결혼정보회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여성', '이유도 없이 임대인에게 쫓겨난 싱글맘' 등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소비자행동센터 관계자는 WP에 "요샌 대기업들이 사람들을 못되게 대우한다. 그런 기업에 '캐런'들을 한꺼번에 보내면 아마 기업들한테는 최악의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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