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연정, 정착촌 확장 등 중요정책으로 제시(종합)

입력 2022-12-29 04:09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연정, 정착촌 확장 등 중요정책으로 제시(종합)
연립정부 구성 합의서에 포함…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강력 반발
'입법-사법 균형 파괴' 사법개혁도 추진…동예루살렘 성지 지위는 유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진료·서비스 거부 허용' 차별법 개정도 추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재집권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차기 행정부가 유대인 정착촌 확대 등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리쿠드당이 28일(현지시간) 크네세트(의회)에 제출한 연정 구성 합의서는 갈릴리, 네게브, 골란고원, 유대 및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식 명칭)의 정착촌 확장과 개발을 담았다.
서안 등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는 네타냐후의 재집권을 도운 극우 정당들이 추구해온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점령지 내 정착촌 건설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정착촌을 확대하겠다는 차기 정부의 정책은 향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 서방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즉각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측 대변인은 "이스라엘 차기 연정의 합의는 국제사회의 결의에 반하는 뻔뻔한 행태"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 세운 정착촌은 모두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기 연정의 합의는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며 "팔레스타인 땅에는 어떤 정착촌도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차기 연정의 기본 정책 방향 중에는 사법 시스템 개혁과 군인 월급 20% 인상, 대학 선호 학과(의학, 법학, 컴퓨터공학, 회계학 등) 신입생 선발 시 군필자 우대 등도 포함되어 있다.
연정 파트너들이 요구한 사법 시스템 개혁에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입법부 우위'의 법 개정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12개 기본법과 충돌하는 법을 만들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거나, 이런 의회의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대법원의 권한을 제거하는 방식이 포함된다고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연정 협상 과정에서 공개된 사법 개혁안은 야권은 물론 학계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따라서 차기 연정이 이런 일련의 정책 목표를 실행해가는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연정은 신앙의 자유와 동예루살렘 성지의 지위는 변경하지 않고 종전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합의서에 담았다.
이 밖에도 연정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제품 판매, 서비스 제공, 진료 거부 등을 거부할 수 있도록 '차별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극우성향 정당인 독실한 시오니즘당과 보수 유대 정치 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이 요구한 차별법 개정은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낳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 지명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차기 정부는 성소수자 및 소수 그룹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국 연정 파트너들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이스라엘 우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인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총리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 31일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총 15년 넘게 집권했다.
역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가진 그는 지난해 3월 치러진 총선 이후 우파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이어 반대파 소수정당이 출범시킨 연정에 밀려 지난해 6월 실권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지난달 1일 치러진 총선에서 범우파 정당들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재집권 기회를 잡았고, 이후 우호 정당들과 연정 구성 협상을 진행해왔다.
연정 협상 과정에서 반팔레스타인, 반아랍, 반성소수자 성향의 극우 파트너들을 팔레스타인 및 교육 관련 요직에 앉히기로 약속하면서, 이스라엘의 차기 연정은 역대 가장 강경한 우파 정부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크네세트는 29일 특별 총회에서 네타냐후 주도 연정 승인 투표를 진행한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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