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시된 챗GPT, '인간 같은' 글 작성에 컴퓨터코딩도 척척
교육계, 부정행위·글쓰기 실력 퇴보 우려…"도덕적 공황 상태"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의 교사들이 최근 출시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를 악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들 때문에 큰 고민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챗봇은 인터넷에 있는 엄청난 양의 글을 분석해 제대로 된 글의 양식과 특성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문장을 작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불안해하는 여자친구를 달랠 표현을 알려달라고 하자 챗GPT는 "나는 네 곁에 있으며 항상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런 기술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지난달 출시된 챗GPT는 '더 인간 같은' 수준 높은 글을 작성할 수 있어 학생들이 집에서 숙제나 온라인 시험을 치를 때 활용해도 교사가 모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미국 중서부 지역의 한 대학생은 두 번이나 챗GPT로 숙제를 했다고 WP에 고백했다.
그가 컴퓨터공학 관련 용어를 정의하라는 문제를 입력하자 챗GPT가 거의 바로 답을 제시했으며, 학생은 답안지를 손으로 써 학교에 냈다.
이후에도 컴퓨터 코드(명령어)를 어떻게 쓸지 몰라 챗GPT에 물어보자 완벽하게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시험을 치를 때 챗GPT를 사용할 계획이며 컴퓨터로 작성한 답변이라는 사실을 교수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가 답변할 수 없는) 더 좋은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교수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더 많은 학생이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게 시간 문제라고 본다.
이에 일부 교사는 학생을 감시할 수 있는 교실에서 답변을 손으로 작성해 제출하게 할 계획이다.
컴퓨터가 따라 할 수 없는 더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표절 감지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AI가 작성한 글을 포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조슈아 아일러 미시시피주립대 부교수는 챗GPT를 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을 바꾼 것에 비유하면서 "지금 일어나는 일은 일종의 도덕적 공황 상태다. 학생들이 이런 도구를 부정행위에 사용할 것이라는 큰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퇴보시킬 것이라 걱정한다.
글쓰기는 개인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데 챗GPT를 활용하면 그 과정을 건너뛰기 때문이다.
물론 챗GPT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코네티컷주의 성심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데이비드 톰슨 부교수는 챗GPT를 실험한 결과 '미국 독립전쟁 이전에 북부와 남부 식민지의 발전을 경제 등 측면에서 비교하라'는 것과 같이 깊은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질문에는 챗GPT가 잘 답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레드릭 더글러스(미국의 노예제 폐지론자)가 노예제를 비판한 논리를 설명하라' 같은 더 복잡한 질문에는 훨씬 덜 논리적인 답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챗GPT가 웃기거나 철학적으로 보이는 글까지 작성해내 주목받고 있지만, 완전히 틀리거나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고 WP는 전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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