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고객 자금 횡령 의혹 잇달아…2천500억원 벤처투자 확인

입력 2022-12-29 11:58  

FTX, 고객 자금 횡령 의혹 잇달아…2천500억원 벤처투자 확인
알라메다 리서치로부터 6천900억원 빌려 로빈후드 지분 매입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 붕괴 이후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재판을 앞둔 가운데 FTX가 고객 자금을 빼돌렸다는 추가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FTX가 고객 자금 2억달러(약 2천536억원)를 빼돌려 벤처기업 두 곳에 투자한 혐의에 대해 고소했다.
FTX는 자회사 FTX벤처스를 통해 지난 3월 핀테크 기업 데이브에 1억달러(약 1천268억원)를 투자했다. 데이브는 당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그보다 두 달 전 상장한 상태였다.
FTX는 지난 9월에는 블록체인 업체 미스틴랩스에도 1억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기업가치 20억달러(약 2조5천300억원)로 평가된 미스틴랩스에는 FTX 외에도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랩스 등이 투자했다.
SEC는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캐롤라인 앨리슨 전 최고경영자(CEO)와 게리 왕 FTX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장에서 "두 투자 건은 알라메다로 빼돌린 FTX 고객 자금으로 지원됐다"라고 적시했다.
데이터 분석기업 피치북에 따르면 FTX벤처스는 이외에도 수십 건의 투자를 했지만, 미스틴랩스와 데이브가 유일하게 공개된 투자 내역이다.
재판을 앞둔 뱅크먼-프리드의 핵심 혐의는 알라메다 리서치로 FTX 고객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알라메다 리서치는 이 자금으로 고위험 투자 대상에 투자했다. FTX 벤처스는 이 과정의 일부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스틴랩스와 데이브 측은 FTX의 부정행위와는 연관이 없지만, FTX가 고객 자금으로 벤처에 투자한 첫 사례로 확인됨에 따라 해당 투자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EC가 이 두 벤처회사에 대한 FTX의 투자가 고객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연결고리를 밝혀내면 해당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데이브는 성명을 통해 "FTX가 가진 채권은 2026년 3월에 상환하기로 돼 있다"며 "그 어떤 계약 조항도 그 전에 상환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스틴랩스는 비상장사라 미국 법에는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명확한 절차가 없다.
이 밖에도 뱅크먼-프리드와 게리 왕이 알라메다 리서치로부터 5억4천600만달러(약 6천925억원)를 빌려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로빈후드의 주식 소유권을 두고 FTX와 가상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 다른 채권자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와 관련해 뉴저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알라메다로부터 빌린 5억4천600만달러가 로빈후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자신의 기업 이머전트 피델리티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자금으로 이머전트 피델리티가 로빈후드 주식 총 5천600만주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머전트 피델리티 주식의 90%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한편, 형법상 사기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재판은 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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