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국민들이 예년처럼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전시 동원령으로 민심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서 가장 긴 연휴에 축제 분위기를 내려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신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시민들이 결정해 달라며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고, 설문에 응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규모 거리 행사를 취소하자는 의견을 냈다.
소뱌닌 시장은 설문조사를 마친 뒤 "우리도 올해는 휴일 불꽃놀이와 대형 콘서트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941년 나치 독일과 싸우던 때를 상기하며 "적들과 싸우는 중이라도" 신년 축제 행사는 열어야 한다며, "모스크바를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불안한 때일수록 더욱 축제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붉은 광장' 중앙에는 예전처럼 아이스링크가 들어섰고, 이곳에 열린 '겨울시장' 매대에는 사탕과 과자가 그득하며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눈으로 뒤덮인 모스크바 시내 곳곳은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됐고, 그 사이사이에는 숨진 병사들의 사진도 걸렸다.
모스크바 토박이인 나데자다 아르키포바 씨는 매년 해 오던 불꽃놀이를 취소한 시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그 비용으로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동원된 이들"을 지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40세인 그는 "무엇보다 우리 군인들에게는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FP는 동원된 병사들의 군복과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분노가 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어 평범한 모스크바 시민들의 새해 소망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51세의 간호사인 이리나 샤포발로바 씨는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새해에는 평화로운 하늘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매년 말 해 오던 아이스하키 경기에 참가하지 않았고, 그의 20년 통치의 상징과도 같았던 장시간에 걸친 '마라톤' 신년 기자회견을 일찌감치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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