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석제 폐지' 관심 모은 美일리노이 사법개혁안 위헌 판결

입력 2022-12-30 07:39  

'현금보석제 폐지' 관심 모은 美일리노이 사법개혁안 위헌 판결
102개 카운티 중 65개 반발 소송…37개 카운티서만 새해 발효 예정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최초의 '현금 보석제도 완전 폐지'로 관심을 끈 일리노이주(州) 사법개혁안(SAFE-T Act)이 발효 사흘을 앞두고 위헌 판정을 받았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법원(캔커키 카운티 순회법원) 토머스 커닝튼 판사는 이날 주 사법개혁안의 핵심인 현금 보석제 완전 폐지 및 재판 전 피고인 석방 조항이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커닝튼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석 결정은 주 헌법에 보장된 판사의 독립적이고 고유한 권한"이라며 주 의회가 주 헌법 개정 없이 현금 보석제를 폐지한 것은 3권분립 원칙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주 대법원은 '형사소송 절차를 질서 있게 진행하기 위해 보석을 거부하거나 취소할 권한은 판사들에게 있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조항은 판사가 형사 사건 피고인의 법정 출두를 보장받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해온 금전적 제재 수단을 완전히 제거한다"며 "또 중범죄자를 보석금 책정 없이 수감할 수 있게 한 헌법에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법원의 재량권이 사라진다. 일리노이주 헌법은 피해자 안전 보장, 피고인의 석방 조건 준수 및 법정 출두 보장을 위해 보석금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리노이 민주당 주도로 입법돼 다음 달 1일 발효 예정이던 이 개혁안은 체포·기소된 피고인을 유죄 확정 전까지 구금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금 보석제가 폐지되면 피고인은 누구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구금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법안 지지자들은 "현금 지불 능력이 있으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돈이 없으면 구금 상태로 재판받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범죄자들이 체포 직후 지역사회로 복귀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이 법안이 범죄 처벌 수위를 크게 낮추고 경찰의 체포 권한을 제한해 주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리노이주 102개 카운티 중 65개 카운티의 검사장과 보안관들은 법안 시행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측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따라 37개 카운티에서만 현금 보석제 폐지안이 발효되는 셈이어서 혼란이 예상된다.
공화당 측은 "범죄 피해자와 법집행기관을 위한 승리"라며 판결을 반겼지만, 민주당 측은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크웨임 라울 주 검찰총장은 "커닝튼 판사의 이번 판결은 소송에 참여한 65개 카운티에만 적용된다"며 일리노이 최대 도시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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