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크비전 플랫폼, 최소 9가지 경보유형이 시위 관련
가디언 "취재 시작되자 종교·파룬궁 추적기능 삭제"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국 감시카메라 업체가 공안에 시위를 추적할 수 있는 경보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영상감시연구소(IPVM)와 가디언이 중국 하이크비전 웹사이트에 공개된 기술설명문서를 함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하이크비전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각종 시위 활동에 대한 '경보'(alarms)를 설정할 수 있다.
경보 유형 가운데서는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군집', '부대 질서를 어지럽히는 군집', '공공장소 질서를 어지럽히는 군집' 등 최소 9개 항목이 집회·시위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재산권 침해', '절도', '여성 및 아동의 인신매매' 등 중대 범죄들과 함께 각종 집회도 경보 설정이 가능한 활동들로 나열된 것이다.
경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나, '전화 경보' 등 10가지 이상의 경보 방식이 같은 문서에 등장한다.
애초 '종교'와 '파룬궁'도 경보 유형에 포함돼 있었으나 IPVM이 하이크비전에 사실 확인을 거친 직후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크비전은 문서에서 정치 성향, 종교, 외모 등 구체적인 개인 정보를 구분하는 데이터 역량도 강조해뒀다.
또 감시카메라를 통해 장발인지 단발인지, 안경을 꼈는지, 코트의 색깔과 미소를 띠고 있는지 등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IPVM 분석가인 찰스 롤렛은 "집회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우려기 제기된다"며 "기술이 억눌린 집단을 추적하는 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지가 우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크비전은 중국이 위구르족을 억압하는 데 사용하는 감시 카메라를 제공하는 등 인권탄압에 조력했다는 의심을 받는 기업이다.
홈페이지에서도 하이크비전은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공안에 지능형 공공 보안 의사 결정 시스템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하이크비전은 2018년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이슬람사원인 모스크 967곳의 입구 등에 안면인식 카메라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9년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미 수출 및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하이크비전이 생산한 통신 및 화상 감시장비에 대한 사용 허가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가디언은 이번 발견이 최근 중국인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불만을 품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반정부 시위가 방역 완화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수많은 사람이 시위 이후 공안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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