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곳곳이 또다시 암흑천지로 변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새해맞이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진 직후 트위터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이번 전쟁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격을 연말까지 아껴 놨다"며 "러시아는 우리 국민들이 새해를 어둠과 추위 속에서 맞기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은 굴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가 미사일 120기를 쏟아부었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69기로 수정했다. 특히 이 가운데 54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다시 우크라이나의 전력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복구 작업이 진행중이지만 상당수 도시에서 전력 공급이 끊어졌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적들이 또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안타깝게도 발전시설과 전력망이 일부 훼손됐다"고 말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러시아 공격에 대비해 '비상 단전 조치'를 시행, 주민의 40%에게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단전은 전력망의 더 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전력을 끊는 고육지책이다.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는 도시의 90%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도 비상 단전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키이우 주민들은 거의 매일같이 울리는 공습경보 사이렌이나 커다란 폭발음, 정전 등에 더 놀라지도 않는 눈치다.
CNN방송을 만난 키이우 주민 아나스타샤 흐린은 인터뷰에서 이날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에 대해 "새해가 되기 전에 이런 공격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러시아가) 이런 걸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고 했다.
그는 이날 아침 사이렌 소리와 이어진 폭발음으로 아침잠에서 깼다고 한다. 그리고 으레 그래왔듯, 아들을 데리고 지하실 대피소로 피했다. 곧 공습이 끝났다는 사이렌이 울렸고 키이우도 일상을 회복했다고 흐린은 전했다.
그는 "(공습이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집 가족을 만났는데, 극장에 아바타 보러 간다고 서두르더라"라고 덧붙였다.
새해맞이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키이우 주민은 CNN에 "휴일을 전기 없이 보내게 될까봐 걱정되긴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미리 대비하기로 했다. 보조배터리도 다 챙겨놨다. 정전 때문에 열받을 수는 있어도 정전이 우릴 막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동방정교회의 종교적 관습에 따라 1월7일을 크리스마스로 보내지만 올해는 반러 정서가 고조되면서 12월25일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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