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매체 왕이신문 6분 영상에 네티즌 공감…결국 삭제당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한 온라인 매체가 이달 초까지 봉쇄 중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집행되는 동안 중국 서민들이 겪은 민생고의 현장을 담은 2022년 결산 동영상을 올려 반향을 불렀다.
온라인 매체 왕이(網易)신문은 29일 '왕이신문의 2022년도 결산: 삶을 짊어진 평범한 한사람 한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을 붙인 6분여 분량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지난 7일 이후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급전환하면서 지금은 봉쇄보다 '개방'에 따른 감염 확산이 문제이지만, 이 영상에는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하에서 중국인들이 겪은 고생담이 생생하게 담겼다.
아기 해열제를 구하기 위해 울며 이웃집 문을 두드리는 여인, 식료품 온라인 구입도 못하게 되자 울음을 터트리는 독거노인, 만두를 사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방역요원들에게 구타를 당한 사람 등 봉쇄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영상을 채웠다.
또 봉쇄 당시 상하이 시민이 방역 요원에게 집안의 노인을 살려야 한다며 자동 심장충격기(AED)를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 모친이 위독한데도 봉쇄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며 울부짖는 화물차 운전사, 업무량이 폭증한 배달 기사가 터널 안에서 오토바이 안장에 앉은 채로 쪽잠을 자는 모습 등도 영상에 담겼다.
그리고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전국적 '백지시위'의 도화선이 된 11월 신장 우루무치 고층 아파트 화재(10명 사망·9명 부상)도 2022년의 중요 사건으로 소개됐다.
신화통신을 포함한 관영매체들이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10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8월 대만 포위 군사훈련,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으로 10대 뉴스를 발표한 것이 주로 '관(官)'의 시선을 투영했다면 왕이신문의 2022년 결산 영상은 서민의 편에서 2022년을 회고한 셈이었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30일 현재 해당 영상이 삭제됐지만 트위터나 유튜브 등 중국에서는 방화벽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이 있어야 접속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영상은 퍼져나갔다.
이 영상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영상이 진실을 담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것은 일반 서민들이 겪은 가장 진실한 2022년인데, 왜 굳이 삭제했는가", "인민의 진실한 고난을 담은 동영상이 삭제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왕이신문은 조심스럽게 봉쇄 때 이야기만 올렸는데도 삭제됐는데 만약 개방(제로 코로나 폐지) 이후 사망자 폭증 상황을 포함했다면 그 제작진은 숙청당했을 것"이라고 썼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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